[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미국이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390억달러(한화 50조7000억원) 수준의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이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한 해외기업도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미국은 반도체 생태계 육성보다는 국가 안보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중국 내 생산을 제한하고 있어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현지매체인 뉴욕타임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조지워싱턴대학교 강연을 통해 오는 28일부터 지난해 통과한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일명 칩스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 신청서를 접수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칩스법에 따른 생산 보조금은 약 390억달러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내 파운드리를 구축하는 기업에 주는 비용이다. 아울러 미국은 연구개발 지원금 역시 수개월 내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첨단패키징 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기업 지원 아닌 국가 안보 초점… 수출 통제 강화 우려
미국 내 파운드리 구축에 따른 보조금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공제 또는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해 안보 우려가 예상되는 지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추가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레이몬도 장관은 “이 법안의 목적은 경기 침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며, 미국에서 기업이 반드시 더 많은 수익을 내도록 돕는 것도 아니다”라며, “보조금 액수에 대해 실망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우리의 투자는 국가 안보 목표 달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즉,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시설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우시, 다롄 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등도 가드레일의 영향권 내 있다. 만약 칩스법에 따른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면, 중국에서의 생산이 위축될 수 있다. 그나마 범용 반도체 생산에 대해서는 제한하지 않기로 했으나 명확한 범위가 상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발표되는 투자 계획 역시도 미국이 심사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은 지원금이 중국 등 안보 우려 지역의 투자로 이어질 경우 보조금을 즉각 회수할 방침이다.
◆‘칩스법’ 배에서 내린 기업들…경쟁 점화
‘칩스법’ 보조금 신청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법안 통과에 힘을 모은 관련 기업들이 각자도생에 나섰다. 대체적으로 더 많은 보조금 수혜를 받기 위해 상대방을 견제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오하이오에 새로운 시설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인텔은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본사를 둔 경쟁사를 겨냥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내 공장이 있는 외국 기업의 경우 국가적인 위기가 발생할 경우 칩 생산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또한 미국 기술과 지적 재산 등이 타 국가에 귀속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텔은 TSMC에 대항하기 위해 오하이오에 새로운 시설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인텔의 지적 역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 TSMC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으로 인해 자칫하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TSMC는 애플, AMD 등 고객사를 대상으로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 40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인텔의 경쟁사인 AMD는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은 시설 완료에 따라 즉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휴 상태이거나 수요 증가를 위해서 예비 상태로 유지되는 시설이 있다면 그 즉시 미국 보조금을 모두 몰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은 인텔을 겨냥한 발언이라는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글로벌 파운드리 등의 여러 기업들이 달라스와 레히, 유타, 뉴욕 북부와 같은 교외 지역으로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유예기간 연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기는 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 동안 예외 적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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