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빙로봇 대중화’ 목표로 배민 자회사 비로보틱스 출범 - 낮은 가격에 3년 써보고 구매 결정하는 ‘유예형 요금제’ 출시 - PC방·스크린골프장·당구장으로 저변 확대…“점유율 40% 목표 ”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얼마 전 학계에선 음식 배달앱이 자영업자 코로나19 피해를 줄였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자료가 나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은 음식점은 매출이 45%나 감소했지만, 배달앱을 이용한 곳은 20%만 하락한 것. 매출 하락분의 절반을 배달앱으로 보전한 셈이다.
그렇다면 엔데믹 전환에 따라 매장으로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아진 지금은 자영업자 고민이 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홀서빙 업무 직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인건비 부담보다 지원자 자체가 없어 생기는 구인난 문제다. 홀서빙 업무는 체력과 서비스 마인드를 함께 갖고 있어야 하는 만큼 힘든 일이기에, 젊은 층은 기피하고 중장년층은 금방 일을 관두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앱 외에도 오프라인 매장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기술개발을 꾸준히 해왔다. 이 노력의 산물이 바로 자회사 ‘비로보틱스(B-ROBOTICS)’다. 배달의민족 서빙로봇 사업부로 시작한 비로보틱스는 이달 초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비로보틱스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자영업자들을 돕는 솔루션을 개발, 상용화를 넘어 이제 대중화에 시동을 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비로보틱스 본사에서 김민수 초대 대표를 만나 출범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2019년 1월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한 김민수 대표는 서빙로봇사업팀·실을 총괄하며 로봇사업 개발, 전략파트너십을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 같은 해 우아한형제들은 시범 서비스 하던 서빙로봇을 임대 형태 상품으로 출시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부턴 국내 처음으로 월 30만원대 임대 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김민수 대표는 “사업을 3년 정도 진행하면서 (비로보틱스가) 자립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후 오로지 서빙로봇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져 자영업자들에 더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내 초기 서빙로봇 사업 조직규모는 10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 비로보틱스엔 35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서빙로봇 대중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인이기 때문에 개발자보다는 영업직군과 로봇 유지보수 관련 AS 조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배민 브랜드가 친숙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비로보틱스 서빙로봇(딜리플레이트)을 ‘배민 로봇’으로 알리기도 한다.
서빙로봇이 자영업자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건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며 검증한 사실이다. 직원을 구하기 어려운 홀서빙 업무를 서빙로봇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자영업자들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
단 문제는 높은 가격과 긴 약정 기간이다. 보통 서빙로봇 가격은 ‘렌털’이나 ‘할부’로 메겨지는데, 통상 3년 약정에 월 50~60만원선, 혹은 월 납입액이 30만원대로 낮아지면 약정기간이 5년으로 길어진다. 경기 흐름에 민감한 외식업은 폐업률도 높은 편인데, 서빙로봇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지라도 선뜻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운 요인이 된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서빙로봇 대중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비로보틱스가 고안한 것이 ‘유예형 요금제’다. 고객은 구매 결정을 3년 뒤로 유예하고, 그동안 월 35만원 납입액만 납부하면 된다. 실제 지난해 6월 유예형 요금제 출시 후, 단기간에 유예형 선택 비중이 가장 높아졌다.
김 대표는 “서빙로봇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것보다 36개월 써본 후 결정하도록 하는게 맞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동차 리스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유예형 요금제를 도입했다”며 “3년 뒤 구매를 원하면 300만원을 내면 되고, 반납을 원하면 조건 없이 로봇을 반납하면 된다”고 전했다.
비로보틱스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는 사업도 여러가지다. 반납되는 로봇을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중고거래 시장을 만들고, 자영업자별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2종 서빙로봇을 3종으로 확대하려 준비 중이다. 현재 서빙로봇을 운영하는 업종 95%가 외식업이지만 스크린골프장·PC방·미용실 등 다양한 매장에 투입해 저변을 넓혀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서빙로봇이 더 많이 퍼지고 익숙해지기 위해선 다양한 일상생활 공간에서 보이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지금도 사무실에서 문서 수발을 위해, 해외 마트에선 이동식 매대처럼 활용하기 위해 서빙로봇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서빙로봇 부품 국산화도 목표로 한다. 현재 비로보틱스 서빙로봇은 소프트웨어만 국내 생산하고 하드웨어는 중국에서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와 협업해 부품을 국산화하면 향후 해외진출까지도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자영업자들이 ‘로봇 없이 어떻게 장사하냐’는 말을 할 때마다 로봇이 실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며 “올해 신규 로봇 1500대 이상을 판매하고. 연말까지 누적 3000대 이상을 운영하면서 국내 서빙로봇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