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3사가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기록하면서 수익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고가치 5G 가입자가 증가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작 통신사들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왜일까?
14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2022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이들의 평균 ARPU는 3만1043원(MVNO 제외)이다. 가입자 한명당 평균 3만1043원의 매출을 냈다는 의미다. 이처럼 ARPU는 통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다.
SK텔레콤은 5G 상용화 이후인 2019년 2분기 3만337원으로 출발해 3분기 3만769원, 4분기 3만1225원까지 늘어났다. 5G 초기 가입자들이 확 늘면서 ARPU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020년 1분기 다시 3만777원으로 줄어든 이후 쭉 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보다 0.8% 줄어든 3만495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도 ARPU가 줄곧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 2분기 3만1164원으로 시작해 그해 4분기에는 3만635원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1분기에는 2만9728원으로 2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4분기 LG유플러스의 ARPU는 전년보다 4.1% 떨어진 2만9091원이다.
이처럼 통신사들의 ARPU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있다. 5G 영향으로 휴대폰 회선의 평균 단가는 올라갔지만, 커넥티드카 등 차량용 IoT를 포함한 M2M 회선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매우 낮다. 그런데 휴대폰 회선은 크게 늘지 않는 반면 IoT 회선이 가파르게 늘면서 전체 ARPU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MVNO(알뜰폰)를 포함한 ARPU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더욱 낮다. 지난해 4분기 MVNO 포함 ARPU는 SK텔레콤이 2만8495원(전년비 1.1%↓), LG유플러스가 2만5353원(전년비 6.9%↓)이다.
이는 KT가 경쟁사들 대비 높은 ARPU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설명해줄 수 있다. SK텔레콤·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IoT 회선을 ARPU 집계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 KT는 2019년 2분기 3만1727원의 ARPU를 달성한 이후 3만1000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1분기 3만2308원으로 올라섰고, 4분기에 전년보다 5.4% 오른 3만3542원을 기록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가 가속하면서 IoT 회선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전체 무선 ARPU 역시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IoT 회선은 단가가 워낙 낮아 통신사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통신사들의 ARPU는 크게 늘지 않고 있지만, 기업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5G ARPU의 경우 계속해서 증가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요금제가 많은 5G는 대표적인 고(高)ARPU 상품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5G는 LTE보다 ARPU 상승세가 좀 더 오래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5G 중간요금제다. 통신3사는 작년 8월 데이터 24~31GB를 주는 월 5만9000원~6만1000원의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는데, 100GB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다운셀링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역산해보면, 5G 가입자 중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지난 12월말 기준 39.6%로, 5G 서비스 초기였던 2019년 12월(72.3%)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 이유로는 5G 중간요금제 도입이 꼽힌다. 작년 말 기준 5G 중간요금제 가입자는 약 4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