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가 올 상반기 가구 구성원 외 타인 간 계정공유를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비난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계정공유는 사랑”이라며 오히려 계정공유를 장려했던 넷플릭스의 갑작스런 태세 전환에 이용자들은 배신감을 표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넷플릭스는 서비스 약관상으로는 이전부터 계정공유 행위를 금지해왔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넷플릭스라고 이용자 반발을 예측 못 했을 리 없는데요. 그동안 묵인해왔던 계정공유를 이제서야 단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 넷플릭스, 상반기 내 계정공유 금지
3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홈페이지 내 고객센터 항목을 통해 계정공유 금지에 대한 세부사항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본 계정 소유자와 함께 거주하지 않는 모든 사용자는 금지 대상에 해당되는데요. 거주지는 본 계정 소유자가 TV를 통해 처음 로그인한 위치로 설정됩니다.
로그인된 디바이스와 TV는 모두 동일한 와이파이로 연결돼 있어야 하는데요. TV가 없는 경우에는 계정 소유자가 로그인한 디바이스의 IP주소나 디바이스 ID, 계정 활동과 같은 정보 등을 활용해 넷플릭스가 직접 판별한다고 밝혔습니다.
본계정 소유자 외 사용자가 자신의 디바이스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려면 설정된 거주지에서 넷플릭스 앱을 실행해야 합니다. 거주지 외 다른 주소에서 로그인을 시도하는 경우 ‘디바이스 인증’ 절차가 요구되는데요. 계정 소유자의 이메일 주소 혹은 전화번호로 넷플릭스가 코드를 전송, 이용자는 15분 이내에 4자리 인증 코드를 입력해야 한다. 인증에 성공하면 최소 7일간 별도의 인증 절차를 요구받지 않습니다.
디바이스 인증 절차가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넷플릭스는 수수료를 내고 추가 계정을 설정하는 유료기능도 도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칠레와 코스타리카, 페루 등에서 가구 구성원 외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 추가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테스트 기능을 도입, 이용자가 약 3000원의 수수료를 내고 최대 2개의 하위 계정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 바 있습니다.
◆ 해외서도 반감↑…“대학 다니는 자녀가 3명인데”
구체적인 계정공유 금지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넷플릭스는 서비스 약관상 가족 외 타인 간 계정공유 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지금까지 묵인해왔다는 입장이지만, 넷플릭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감은 이미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이 같은 반응은 비단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닌데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계정공유 행위를 금지할 시 계정을 해지하겠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뉴욕과 플로리다를 오가며 거주 중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 ‘kay kay’는 “여름에는 뉴욕, 겨울에는 플로리다에서 거주 중인데 등록된 거주지 외 다른 위치에서 이용할 때 디바이스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특히 거센 비난이 이어졌는데요 누리꾼 ‘Apple Jacks’는 “대학에 다니는 3명의 자녀가 있다. 고가의 요금을 내고 최대 4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한 멤버십을 이용 중임에도 불구, 동거인이 아니면 계정을 공유할 수 없다면 해당 멤버십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으며, 누리꾼 ‘Roman Bustos’는 “처음 7달러로 시작해 지금은 2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내 계정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OTT 혹한기…"경기침체 리스크 있을수도"
사실 넷플릭스 외 다른 해외 OTT들도 비슷한 조치를 이미 적용 중인데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이용자는 계정을 무료로 공유할 수 있으나 인원을 제한하고 있으며, ‘애플TV+’는 최대 6명의 사용자가 계정을 무료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훌루(Hulu)’의 경우 계정공유를 허용하지만, 계정 소유자가 아닌 다른 이용자의 경우 라이브TV등 일부 기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됩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유독 비난받는 이유는 다른 OTT 대비 구독료가 비싼데다, 동거인에 한해서만 계정공유를 인정한다는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비춰집니다.
넷플릭스라고 이런 상황을 예상 못했을 리 없는데요. 넷플릭스가 계정공유 금지로 최소 16억달러(약 1조9536억원)를 더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었지만, 오히려 가입자 이탈 가속화로 수익이 줄어들 위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넷플릭스가 계정공유 단속에 나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하는데요. 더욱이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세가 지난해부터 크게 둔화한 가운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봤습니다.
실제 지난 4분기의 경우 광고형 요금제 출시에도 불구,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의 증가폭은 오히려 축소했는데요. 지난 4년간 넷플릭스의 4분기 신규 가입자 수를 살펴보면, ▲2019년 876만명 ▲2020년 850만명 ▲2021년 828만명로 집계됐는데요. 2022년의 경우 ‘더 글로리’ ‘웬즈데이’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흥행에도 불구 신규 가입자 수는 불과 766만명에 그쳤습니다.
외부활동과 대척점에 있는 OTT의 특성상 날이 추워지는 4분기에는 늘 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에, 업계는 가입자 증가세 둔화가 ‘적신호’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시기적으로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계정공유 금지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모든 사업자가 선점 사업자가 될 때까지 손해를 감수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됐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취해왔다. 넷플릭스 역시 (계정공유를 금지해도) 가입자 이탈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물량공세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넷플릭스 경기침체 및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큰 도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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