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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1년만에 '연간 적자' 우려속…박정호 부회장 리더십 주목


- 부임 이후 최대 위기…시스템반도체 강화 등 대응 모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하이닉스가 SK그룹 편입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들어 서버, 정보기술(IT) 기기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급감하면서 메모리 시장이 얼어붙은 탓이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2년 4분기 영업손실은 1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현실화하면 2012년 3분기(151억원 손실) 이후 10년 만에 적자다.

문제는 올해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은 물론 제조사와 고객사 모두 재고가 쌓여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국내 메모리 업체 재고를 4~5개월 수준으로 보고 있다. 고객사 구매 흐름을 감안하면 최대 6개월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올해 6조~7조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의 연간 적자는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SK하이닉스는 특단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기지에서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양산 물량을 줄였다. 우시 공장의 경우 국내 이천 등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공정 제품이 만들어진다. SK하이닉스는 성숙(레거시) 메모리 위주 감산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작년(10조원대 후반)보다 50% 이상 축소할 방침이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장비 구매를 취소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SK그룹 안팎에서는 2020년 말부터 SK하이닉스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박정호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처음 SK하이닉스에 왔을 때는 전방산업이 잘 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적이 좋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상승세가 이어졌는데 부임 이후 첫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대외적인 불안감 해소가 급선무다. 외부에서는 메모리 한파가 예상보다 거세지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장비업체 등은 SK하이닉스의 계획 변경에 난감해하는 눈치다. 일부 협력사는 소송을 준비할 수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반도체 장비회사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에 따낸 수주까지 무기한 지연되면서 피해가 적지 않을 전망”이라며 “주문에 맞춰 개발 일정, 부품 구매 등을 진행했는데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D램에 쏠린 사업구조 재편, 반도체 불황 속 경영 효율화 등도 과제로 꼽힌다. 같은 맥락에서 박 부회장은 키파운드리 인수, 이미지센서 라인업 확대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작년 말에는 임원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올해 초 퀄컴, AMD 등을 만나면서 위기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흐름은 사뭇 다르다. 연말까지 부정적인 업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면서 “박 부회장 등 경영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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