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강소현 기자] 방송통신계 연초 최대 행사인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가 올해는 반쪽짜리 행사로 남았다. 국무총리와 여당 인사들이 모두 불참한 까닭이다. 최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8일 ‘2023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가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한국방송협회(KBA),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 21개 방송통신 유관기관이 공동 주최하는 자리다.
김의철 한국방송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K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문화 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며 “대한민국 ICT 기술은 진보를 거듭하며 삶을 더욱 스마트하게 도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올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미디어 통합법’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낡고 오래된 규범을 개선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법제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OTT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하는 미디어의 융복합 환경에 맞게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떠한 규제체계를 가져갈지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며 “정부와 함께 방송·통신 관계자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날 신년인사회는 다소 썰렁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앞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주최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인 신년인사회에는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행사는 ‘패싱’한 데다, 매년 참석해 축하를 전했던 국무총리마저 불참한 까닭이다.
여당 인사도 한명도 오지 않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과 간사 조승래 의원, 정필모 의원 등 야당 인사만 현장에 자리했다. 위원회 위원들 중에서도 야권 추천 인사인 김창룡·김현 상임위원만 참석했고 여권 추천 인사인 안형환 부위원장과 김효재 상임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근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여권 인사들의 불참은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국무조정실 감찰을 받고 관련 직원까지 구속된 상태다. 한 위원장을 향한 여권의 자진 사퇴 요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믿고 싶지 않지만 (방통위를 둘러싼) 어려움이 모두 위원장인 저의 거취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방통위를 대상으로 한 모든 감사·감찰 등이 위원장의 중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면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의 법적 임기는 올해 7월까지다.
이날 행사에는 통신3사 CEO도 모두 불참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다보스 포럼 참석을 이유로 들었다. 구현모 KT 대표의 경우 같은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이 진행됐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그룹사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행사 전후 기자들과 따로 인터뷰 등은 하지 않고 돌아갔다. “최근 상황(사퇴 압박)에 대해 전할 말씀은 없나”는 기자 질문에 “오늘은 행사로 왔다”는 짧은 답변으로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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