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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⑬] 게임사 생존, ‘게이머’에 달렸다

‘생존’이 화두다. 2023년이 밝았지만 IT산업계를 둘러싼 거시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쇠퇴’(Recession)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IT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제도적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이라는 시대적 담론과 함께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신년기획으로 ‘IT산업, 생존의 경제학’을 주제로 IT산업계의 생존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달라.”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이 지난 2일 임직원 앞에 꺼낸 ‘위기 극복’이란 키워드는 비단 넷마블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유독 얼어붙었던 게임시장을 견딘 국내 게임사 전반에 해당된다. 올해 게임사 신년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가운데 게이머는 게임 흥행 유무뿐 아니라 기업 생존까지 결정하는 주체로 부상했다. 이용자는 국경을 따지지 않는다. 게임사는 생존을 위해, 국내외 이용자 모두 사로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게이머가 ‘매출 순위’ 좌우한다=최근 게이머들은 게임 서비스 주체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용자 반응에 따라 게임 매출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게임사는 소통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가 있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유명 모바일게임으로, 지난 6월 한국 서버 출시 이후 주요 캐릭터 및 콘텐츠 업데이트 등을 통해 7월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서버 이용자를 대상으로 재화 지급 등 차별 논란을 비롯해 운영 미숙 이슈가 벌어지면서 매출 순위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이용자와의 소통에 주력하는 등 게임 운영 정상화에 힘썼고, 결국 멈춰선 겜심을 돌렸다. 이용자도 이러한 운영 개선에 화답했다. 차츰 회복세를 보이던 우마무스메는 주력 콘텐츠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지난 22일 구글플레이 기준 3위로 급등했다.

◆확률형 아이템 불만, 새로운 과금모델 고민=
게이머는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책이나 게임사 규제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지난해부터 과도한 과금을 요구하는 확률형 아이템 및 게임사에 대한 트럭시위로 불만을 표출했다. 또, 이용자는 게임위가 명확한 기준 없이 등급분류를 한 점과 전문성 부재 등을 이유로 들고 일어났다. 이용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갖게 됐다.

확률형 아이템 경우 게임사의 주요 수익모델이다. 2020년대로 넘어오면서 국내 이용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게임사는 자율규제로 확률 정보를 공개해오고 있는데,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여전히 지나치게 낮은 확률 및 공개 정보에 대한 검증 부재에 불신이 지속돼서다. 국회, 정부는 이용자가 밝힌 “허위 정보 표시가 있는 경우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 공감하고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게임사의 자율규제 미준수로 인한 문제 발생 시 게임 사업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별다른 게 없는 상황이다. 그간 확률형 아이템은 지나치게 낮은 아이템 획득 확률과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게임사들은 상대적으로 이용자 유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즌패스를 지향하고 과도한 사행성을 유발하는 확률형 아이템 채용을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넥슨은 지난 5일 카트라이더 이용자 간담회를 통해, 공식 후속작 ‘카트라이더:드리프트’에 확률형 아이템 및 캡슐형 아이템, 페이투윈(Pay-to-Win, P2W)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오직 이용자의 실력으로만 게임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내세우고 확률형 아이템을 꺼려하는 해외 이용자 유입을 위해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 올해 기대작 쓰론앤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도 기존 리니지 시리즈 등과 다르게 글로벌 시장 트렌드와 이용자 특성을 고려한 수익모델 도입을 고민 중이다.

◆게임사 실적 악화, 신작 흥행 어느 때보다 절실=올해 게임사는 지난해보다 경쟁 환경이 더욱 치열해졌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과 글로벌 저성장 등 대내외적인 악재에 놓이기도 했지만, 게임성 부분에서 아쉬운 평을 받으며 이렇다 할 흥행을 거두지 못한 신작도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위축도 한몫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일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는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의 국내 모바일 시장 조사 결과를 인용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이 전년 대비 6.5% 증가한 572억달러(한화 약 72조6268억원)를 기록했으나 정작 다운로드 수는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모바일게임 월 이용자 수(MAU)는 전년 대비 9%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17개 게임사 중 9개 게임사 수익성은 악화됐다. 인건비, 지급수수료 등 영업비용은 늘어났지만 주요 신작 및 기존 타이틀 성적은 증권가나 대중들의 기대보다 이하를 기록했다.

◆이용자의 선택, 결국은 ‘재미’…국내외 이용자 사로잡기 위한 묘수는=
게임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업데이트 콘텐츠를 발표하거나 간담회를 개최하고, 개발 과정까지 공개하며 이용자와의 스킨십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특히 국내 게임사는 생존을 위해 장르 및 플랫폼 다변화를 통한 콘솔 시장 섭렵에 다시 도전한다.

그간 한국 이용자는 PC와 모바일을 주로 활용해 게임을 즐기는 게 대중화돼 있었기 때문에 콘솔보단 PC와 모바일게임 개발에 주력해 왔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게임시장은 모바일게임 비중은 57.9%다. PC게임 비중은 26.8%지만, 콘솔게임은 5.0%에 불과하다.

글로벌로 놓고 보면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5월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가 발표한 콘솔 게임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 성장률 전망은 8.4%로, 모바일 게임(5.7%)과 PC 게임(3.2%)보다 훨씬 높다. 중국 모바일게임마저 퀄리티가 높아진 만큼 국내외 이용자에게 K-게임이 선택받기 위해서라도 게임사들은 뱃머리를 틀고, 전통적으로 콘솔 게임 수요가 높은 북미와 유럽 공략에 나선다.

엔씨소프트는 TL을 첫 콘솔 게임 도전작으로 내세운다. 넥슨은 올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PC·콘솔·모바일 멀티 플랫폼 신작으로 출시한다. 넥슨 최초로 풀 크로스플레이 환경을 제공하는 게임이다. 넷마블 또한 얼리엑세스 서비스 중인 PC 3차원 슈팅(TPS) 진지점령(MOBA) 게임 ‘파라곤:디오버프라임’을 콘솔 플랫폼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콘솔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플랫폼이었지만 언제나 북미·유럽 이용자 등을 포함한 글로벌 이용자들이 애용해왔다”며 “국내 게임사의 개발력이 콘솔 시장으로 쏠리면 더욱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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