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화두다. 2023년이 밝았지만 IT산업계를 둘러싼 거시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쇠퇴’(Recession)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IT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제도적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이라는 담론과 함께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신년기획으로 ‘IT산업, 생존의 경제학’을 주제로 IT산업계의 생존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올해 초 국내 주요 그룹이 발표한 신년사에는 ‘기술’과 ‘혁신’과 같은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간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도전과 기술 혁신이라는데 방점이 찍힌다.
지난 2일 영상회의로 진행된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품질력을 높여야 한다”며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힌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CES2023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동안 본질에 집중한다는 평범한 진리로 위기를 극복해왔다”며 “삼성은 기술혁신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데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래 성장 동력과 핵심 역량 확보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정부 역시 올해 기술패권경쟁시대에 대비해 초격차 전략기술 확보와 국가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올해 주요 예산의 많은 부분이 미래 혁신기술 선점에 담겼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실증지원사업이나 6G 상용화 핵심기술 개발 등을 통한 주력 전략기술 초격차 확보에 2조2000억원을 쏟는다.
윤석열 정부가 꼽은 12개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AI,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이다. 이와 함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포함한 XR(확장현실), 메타버스 등은 아직까지도 절대적인 강자 없이 초기 시장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실제 주요 그룹도 이같은 미래 먹거리 기술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반도체·바이오·AI 분야에 2026년까지 450조원을, SK그룹도 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3대 핵심산업에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한다. LG그룹은 배터리·바이오·AI·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장 등에 106조원을 쏟는다.
초거대 AI 생태계 확장…승자는 누가
먼저 AI 분야는 여전히 전세계 기업들의 투자가 가장 몰려있는 곳이다. AI는 지난 수년 간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의 거의 대부분은 AI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지난 2016년 펼쳐진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바둑대결로 폭발적으로 관심이 증가했다. 최근엔 전세계적으로 오픈AI사에서 개발한 대화형 AI 모델 ‘챗GPT’가 실제 사람과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화제가 되며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9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AI 경쟁력 세계 3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가운데 주요기업들은 초거대 AI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컴퓨팅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AI의 발전 속도는 전례없이 빠르다.
국내 기업 가운데선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투자가 눈에 띈다. 네이버는 자사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카카오는 연구조직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초거대 AI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탈통신’을 내세우는 국내 이동통신3사의 관심도 AI에 쏠려 있다. KT는 최근 초거대 AI인 ‘믿음’을 발표했고, ‘AI서비스컴퍼니’로의 전환을 내세운 SK텔레콤도 GPT-3 기반의 대화형 AI 비서인 ‘에이닷(A.)’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 LG전자는 AI연구소를 통해 AI가 스스로 고객의 상태를 인지해 특정작업을 제안하거나 수행하는 ‘앰비언트 컴퓨팅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등 기술력 확보 가속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부장 업계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통한 월등한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생존력을 높이기위한 행보가 눈에 띤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11월, 디스플레이 기술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를 선보임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마치 옷처럼 디스플레이를 자유자재로 늘리고 비틀 수 있는 것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12인치 크기의 화면이 최대 20% 늘어나면서도 고해상도 유지한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픽셀당인치(PPI)는 100으로 일반 모니터 수준의 해상도와 적·녹·청(RGB) 색상을 동시에 구현한다. 콘택트렌즈에 쓰이는 특수 실리콘 소재로 신축성이 뛰어난 필름 형태의 기판이 적용됐다. LG디스플레이는 국책과제가 완료되는 2024년까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장비, 소재 기술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시장 대응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작년 11월, 차세대 반도체용 기판인 ‘서버용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출하식 갖고, 새로운 차세대 주력 사업의 시동을 알렸다. 그동안 일본 등 해외 업체들이 주도해 온 글로벌 고성능 서버용 반도체 패키지기판 시장에서 삼성전기가 새롭게 포문을 연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FC-BGA’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사는 수요가 넘치는 상태로, 관련 업계에서는 FC-BGA 공급난이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1년 말부터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금까지 투자 금액만 1조9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역량을 쏟았고 그 결실을 보았다.
‘FC-BGA’는 기술 수준이 워낙 높아 세계적으로 10개 내외 업체만 생산하고 있다. ‘FC-BGA’는 인쇄회로기판(PCB)의 일종으로 IT용과 서버용으로 구분되는데, IT용 FC-BGA는 주로 노트북이나 PC의 CPU 또는 GPU로 사용된다. 반면 서버용 FC-BGA는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앞으로 서버용·네트워크용·전장용 FC-BGA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로봇·메타버스·XR은 새로운 기회
이밖에도 로봇, 확장현실(XR), 메타버스 등이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여겨 전담조직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차세대 배송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고 최근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로봇 AI 연구소를 통해선 차세대 로봇의 근간이 될 기반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메타버스 영역에선 게임사들과 함께 SK텔레콤의 ‘이프랜드’, 네이버의 ‘제페토’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확보에 여념이 없다.
먼저 지난 2018년 8월 출시된 제페토는 최근 전세계 3억50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사용 중이다. 크리스찬 디올, 구찌, 나이키 등 패션, 뷰티 기업과 하이브, JYP, YG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과의 제휴로 더욱 다양한 글로벌 지식재산(IP)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2021년 7월 SK텔레콤이 선보인 이프랜드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1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최근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 현지 모습을 본 뜬 가상공간과 싱가포르 고객 취향에 특화된 아바타를 개발해 싱텔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공동 마케팅을 하는 식이다.
카카오도 계열사 ‘넵튠’의 지난해 오픈형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 서비스를 발표하며 시장 참전을 선언했다.
이같은 메타버스의 성장은 XR 시장으로 확장된다. 메타와 소니 등이 주도하는 XR 기기 등은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여겨지며 최근 각광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게임과 메타버스 등 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원격조종 등 산업군에서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심이 커졌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급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좀 더 높은 해상도와 밝기를 구현하는 마이크로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통해 XR 기기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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