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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號의 포스코그룹 2023년 사장단 인사… 납득하기 힘든 몇가지 [DD인사이트]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27일 단행된 포스코그룹 2023년 사장단 인사에선 그룹내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인터내셔널 2곳의 수장이 전격 교체됐다는 점에서는 주목을 끌었다.

포스코케미칼은 2차 전지 시장의 활황으로 뛰어난 실적을 거둔 회사이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내년 1월2일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으로 차세대 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측은 이번 사장단 인사의 배경으로 “내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안정 속에서도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을 위한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이번 인사는 몇가지 측면에서 일반의 상식으론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눈에 띤다.

◆포스코케미칼 최대 실적 불구, 민경준 사장 왜 전격 교체됐나

교체된 포스코케미칼의 민경준 사장은 올해 3분기까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3분기 실적에서 매출액(1조533억원), 영업이익(818억원)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올 4분기 실적은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앞서 9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세우는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중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결론적으로 위기관리와 미래 성장을 이번 인사의 명분으로 내세운 그룹측의 설명과 민 사장의 교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올해와 같은 극심한 경기침체의 상황에선 ‘실적이 좋다’는 것과 ‘위기관리가 뛰어나다’는 것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민경준 사장이 1959년 생으로 그룹내 계열사 CEO들과 비교해 나이가 많은데다 역대 포스코 계열사 CEO에 중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미 4연임의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정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2년 임기를 보장하는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포스코그룹 계열사 CEO 임기는 1년이기 때문에, 2019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민 사장은 이제 만 4년간 지휘봉을 잡았을 뿐이다. 단순히 연임 숫자로 하차시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외부에선 민 사장이 과감하고 감각적인 선제투자로 포스코케미칼의 놀라운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민 사장을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예상한 사람도 있었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번 인사를 포스코내 파워게임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냉천 범람’ 인한 포스코 제철소 침수 사태… 결국 책임 인사는 없어

이번 인사에서 김학동 현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은 유임된 것도 사실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냉천 범람으로 인한 포스코 역사상 처음으로 포항 제철소가 침수되는 등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고, 그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1.0%가 급감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제철소 침수로 인한 관련 손실 4355억원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됐으며, 올 4분기에도 최대 3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실적이 반영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그룹측은 김 대표의 유임과 관련, 폭넓은 현장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조업을 조기 정상화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점, 또 내년 조업 안정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재신임의 이유를 밝혔다.

물론 포스코측은 냉천 범람 사고 이후, 제철소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철소 침수에 책임을 진 최고경영진이 아무도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포스코 제철소 사태의 심각성을 희석시기고, 면죄부를 줬다는 정치적 뒷말이 나온다해도 할말이 없게됐다. 천재지변에 따른 불가항력이라 해도, 포스코 역사에 오점을 남긴만큼 도의적 책임을 예상했던 일반의 시선과 괴리가 있는 대목이다.

지난 11월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태풍 ‘힌남노’에 따른 민관합동 ‘철강수급조사단’의 조사결과를 통해 “포스코가 침수 사태로 2조400억원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포스코에 납품하는 기업들도 약 2500억원의 매출 차질을 빚었다”고 추산했다.

산업부는 당시 “2023년 1분기까지 STS1냉연공장, 도금공장 등 나머지 2개 공장이 재가동을 마치면 포스코 제품생산 설비는 피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1후판 공장의 복구 일정은 미정’이라고 판단했다.

이밖에 포스코그룹내의 IT서비스회사인 포스코ICT의 정덕균 대표도 이번 인사에서 재신임에 성공했다. 당초 포스코ICT는 2023년 4월까지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 부정당업자 제재에 따라 관급공사 입찰이 제한되는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있었다.

앞서 한국철도공사는 2018년 12월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를 이유로 포스코ICT에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포스코ICT는 올해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올해 9월 1일 2심 판결에서 항소청구가 기각됐다. 결국 포스코ICT는 항고하지 않고 사업참여제한 기간 8개월을 받아들여, 내년 1분기까지는 포스코ICT의 공공시장에서의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부정당업자' 지정이 정 사장의 취임전에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책임경영의 틀에서 보면 부자연스럽다는 분석이다. ‘책임경영’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 라는 논쟁은 뒤로하고, 일반의 정서와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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