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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용 걱정되지만… ‘전기차 공장’, 해외 비중 높여야하는 이유 [DD인사이트]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2025년까지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 생산 시설 등 5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앨라배마 공장을 단계적으로 EV(전동화)시켜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겠다던 현대차그룹의 당초 방침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당연히 후폭풍이 뒤따랐다. ‘단협위반 사항’이라며 반발하는 현대차노조를 비롯해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울산 지역 정가에서 현대차 공장 공백 우려가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전동화·친환경,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2025년까지 4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고 선언한 이후 상황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면서 이와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 비중이 여전히 큰 국내 자동차산업계의 고용불안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의 생태계를 고려하면 간단히 않은 문제다.

하지만 국내 고용문제의 불안 우려와는 별개로, 전기차 생산 시설이 해외에 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필요성 또한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기차의 가격’이 핵심적인 시장 경쟁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 앨라배마 공장
현대차 미 앨라배마 공장

◆“우리 시장에 팔고 싶으면 들어와서 만들어라”… 지금은 ‘수요자 독점’ 시장 =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전형적인 ‘수요자 독점’ 시장이다. 공급자가 아무리 전기차를 팔고 싶어도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중국만큼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이 대표적이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30%를 전기차 등 매연없는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등 강력한 정책지원에 나서고 있다. 연간 300만대 가량이 판매되는 내연기관차가 30%로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연간 100만대의 어마 어마한 시장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도 모디 총리는 세제지원 등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인도에 전기차 공장을 직접 만들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도가 가진 막강한 ‘잠재 수요’를 자국 경제성장의 프리미엄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테슬라다. 이미 2019년부터 중국 상하이에 기가 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는 테슬라는 처음부터 인도에 따로 공장을 지을 생각이 없다. 인도 정부는 테슬라의 그런 태도가 못마땅하다.

이 때문에 테슬라와 인도 정부간에 1년 넘게 물밑 진행돼왔던 관세인하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테슬라의 인도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로이터는 지난달 테슬라가 인도 주요 도시에 설치할 예정이었던 차량 전시장 및 관련 직원들의 재배치 계획을 보류시켰다고 전한바 있다.

이러는 사이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인도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해 전기차 시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인도 자동차 점유율 2위인 현대차도 전기차 전용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인도 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결국 인도처럼 잠재력이 큰 시장일수록 현지화에 대한 요구가 크고, 실제로 이는 전기차 가격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시설’의 현지화는 피할 수 없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세계 최대의 섬나라이면서 2억5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도 막대한 광물 자원의 개발과, 자국의 전기차 생산에 따른 고용창출, 관련 신사업 유치를 위해 인도와 거의 같은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사진>현대차그룹

◆‘현지 생산’, 국제 물류비에도 큰 차이 = 지난 3월초, 테슬라가 독일 주정부로부터 베를린 인근에 기가팩토리 사용 승인을 획득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자 테슬라의 주가는 급등했다.

시장이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간단했다. 독일에서 테슬라가 직접 전기차를 생산함에 따라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독일의 폭스바겐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보다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제조한 모델3, 모델Y를 공수해 독일 및 유럽 시장에 판매해왔는데, 이러한 국제 물류비 절감으로 5%~10%차이로 결정되는 가격경쟁에서 매우 유리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러-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 유가의 급등으로 BDI운임 지수는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은 그래도 미국, 중국, 인도(CEPA) 등과 이미 FTA 협정을 통해 관세 등 통상적인 부분에서 관세 등 불이익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화를 통한 물류비 부담과 차량 인도기간 등은 여전히 중요한 경쟁요소이다. 글로벌 거점 지역 중심으로 해외 생산 기지를 확대해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성장이 먼저냐 고용 안정이 먼저냐’하는 질문은 때때로 공허하다. 성장과 고용 안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운명체로 볼 사안이다.

결국 전기차의 해외 생산규모는 늘려야하는 현실적 필요성과 함께 국내 자동차인력 고용도 안정적으로 창출함으로써 가급적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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