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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칩4’ 난제, 엇갈린 윤석열과 안철수…역사는 누구 손을 들어줄까 [DD인사이트]

<사진>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윤석열과 안철수,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다.

물론 두 사람의 역할과 무게감은 다르지만 중대한 국가 정책의 의사 결정자들이다.

지난 8월4일, 대만 해협을 군사적 긴장속으로 몰아넣은 미국 의전서열 3위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다.

그런데 해프닝인지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팰로시 의장의 썰렁한 서울 공항 도착 사진이 미디어에 쏟아졌다. 당장 ‘의전 홀대’ 논란이 터져 나왔다.

더구나 여름 휴가중인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연극을 본 인증샷을 공개했으면서도 팰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아 ‘패싱’ 논란까지 더해졌다. 한미 동맹을 지극히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기존 스탠스를 고려했을때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만 했다.

일각에선 한미 동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팰로시 의장이 한반도 현안을 주제로 4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 安 의원이 적어낸 ‘칩 4’ 답안지

같은날 오전,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은 ‘칩4’ 가입에 대한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상기시킨다”고 적고, 한국이 미국 주도의 ‘칩4’에 가입해야한다고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은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인용하면서, ‘칩4’에 가입하면 단기적으론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겠지만 칩4에 가입하는 것이 결국은 옳은 선택이라고 논리를 이어갔다.

안 의원은 “미국은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라며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라고 하나, 이는 미‧일과의 ‘생태계 공생’ 속에서 이루어진 성과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생태계에서 우리와 미국을 임차인-임대인 관계에 비유했다.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 아래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안 의원은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적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되, 최대한 실리를 취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尹 대통령이 적어낸 ‘백지’ 답안지의 여백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칩 4’ 가입 여부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펠로시 의장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대만의 TSMC 최고 경영진을 만난 후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에서도 핵심 키워드가 ‘칩 4’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결국 이에 대한 의미있는 메시지는 전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으니 윤 대통령은 ‘백지’ 답안을 적어낸 셈이다.

‘의도된 백지’였는지 아니면 또 다른 속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윤 대통령이 ‘칩 4’가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신중한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국제 사회에 읽혔다.

실제로, 그 때문인지 이번 펠로시 의장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 중국에서 이렇다할 날선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혹자는 대통령이 휴가를 챙기느라 회담을 일부러 패싱했다고하지만 아무리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20%대로 떨어졌다고 해도 그런 희화화는 과도하다.

우리 나라 최대 교역국 중국과 최대 동맹국 미국, 이번 ‘칩 4’ 문제는 단순히 과학기술 안보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이슈까지 중첩돼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2022.8.4 판문점 JSA를 방문한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 <사진> 페이스북
2022.8.4 판문점 JSA를 방문한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 <사진> 페이스북
낸시 팰로시 의장이 한국을 찾아 한달음에 달려간 곳이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이다. 어느덧 22년이 흐른 분단 영화 JSA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한반도에서 중립 지대란 없다.’

현재 우리의 경제 및 무역 규모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나머지 절반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곤혹스러울 만큼 커졌다.

그런 상황에서 미-중 사이의 안전한 중립 지대를 만들어 국익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러시아와의 현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보수, 진보의 문제를 떠난 의제다.

칩4와 관련해선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 누가 옳았는지는 역사가 평가할 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어떤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더 부합한가를 신중하게 따지고 고민할 문제다.

당분간은 미스터리하게 기억될 2022년 8월4일, 서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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