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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IT] 저렴한 맛에 쓰던 알뜰폰 요금제, 왜 올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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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오늘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알뜰폰’을 다뤄볼까 해요. 얼마 전에 알뜰폰에 가입하려고 봤더니, 생각보다 요금이 그리 싸지 않았거든요. 들어보니 요즘 알뜰폰 요금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런 걸까요?

“알뜰폰이 뭐야?”

우리나라엔 3개의 통신사가 있어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죠. 그런데 우리가 통신요금을 내고 전화·문자와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또 다른 서비스들도 있어요. 바로 알뜰폰이에요. 알뜰폰은 3개 통신사로부터 돈을 내고 통신망을 빌려서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답니다. 그래서 통신재판매사업자 또는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라고도 해요.

“그래서 뭐가 문젠데?”

문제는 알뜰폰이 통신망을 빌리는 대가로 내는 ‘돈’이에요. 흔히 ‘도매대가’라고 하죠.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사에 어떤 식으로 돈을 내고 있을까요? 크게 두가지예요. ‘종량형’(RM, Retail Minus)과 ‘수익배분형’(RS, Revenue Share)이죠.

① 종량형은 음성이나 문자를 쓸 때 1MB당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이에요. 쓰는 만큼 돈을 내는 거죠. 주로 3G 요금제에 적용돼요.

② 수익배분형은 요금제 가격의 일정 비율로 통신사에게 돈을 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월 5만5000원 5G 요금제를 빌려오는데 RS 비율이 62%라면, 3만4100원을 통신사에 내야 하는 거예요. 이건 LTE나 5G 요금제용이에요.

그러니까, RS 비율이 낮을수록 알뜰폰은 통신사에게 내는 돈이 적어지고 마진이 많이 남으니 좋은 일이에요. 알뜰폰 업체들이 소비자 요금을 더 낮춰줄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럼 RS를 줄이면 되겠네”

하지만 통신사들은 RM은 잘 깎아주지만 RS는 잘 깎아주지 않으려 해요. 정부는 매년 알뜰폰 업체들을 대신해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대가 인하율을 협상하는데요. 작년에는 RM이 재작년보다 30%가량(데이터 기준) 인하됐어요. 그럼 RS는? 2%포인트 낮아졌죠. 아까 말했듯이 RS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LTE나 5G 요금제에 적용돼요. 알뜰폰 입장에선 주력 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율이 적으니 불만이 많아요.

SK텔레콤이 왜 RS는 잘 안 깎아주냐고요? 그야 알뜰폰은 통신사의 경쟁자니까요. 알뜰폰이 싸고 좋은 요금제를 많이 만들수록 가입자를 뺏긴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RS를 더 줄일 방법은 없을까?”

지금으로선 정부에 기댈 수밖에요. 이 문제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나서서 일을 하고 있어요. SK텔레콤과 도매대가 인하 협상을 하고 있죠. 그런데 올해는 어째 협상이 늦어지는 것 같네요. 원래는 매년 늦어도 11월이면 ‘알뜰폰 활성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협상 결과가 나왔거든요.

알뜰폰 스스로 협상력을 갖출 필요도 있어요. 알뜰폰 가입자가 많을수록 알뜰폰 사업자들도 도매대가 협상을 할 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겠죠. 그런데 알뜰폰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저렴한 요금제를 많이 출시해야 하고, 그러려면 결국 도매대가가 낮아져야 해요. 통신사에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사실상 어려워 보여요.

그래서 알뜰폰 업계는 아예 도매대가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요. 단순히 소매 단가에서 인하해주는 ‘리테일 마이너스’(Retail Minus) 방식이 아니라, 망 원가에 일정 부분 이익을 추가하는 ‘코스트 플러스’(Cost Plus) 방식으로 말이에요.

“코스트플러스? 그건 또 뭐야?

① 리테일 마이너스는 통신사의 ‘소매요금’을 기준으로 잡아요.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5만5000원짜리 5G 요금제를 빌려줄 때, 이 5만5000원에서 ‘회피가능비용’(마케팅비, 부가서비스, CS 등)만 빼고 남은 금액을 기준으로 도매대가를 산출하는 거예요.

② 코스트 플러스는 ‘망 원가’를 기준으로 해요. 사실 요금제의 망 원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는데, 예를 들어 5000원이라고 해보죠. 여기에 통신사가 어느 정도 받아야 할 부가적인 이익을 5000원으로 잡아요. 그럼 총 1만원을 도매대가로 내면 되는 거예요.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에서 회피가능비용은 어느 정도 고정돼 있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도 도매대가를 더 인하해주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코스트 플러스의 경우 일단 망 구축비용 자체가 감가상각이 따르기 때문에 망 원가는 갈수록 줄어들게 되죠. 도매대가가 더 저렴해질 수 있고, 도매대가 자체를 좀 더 유연하게 책정할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도매대가 체계를 바꾸는 건 쉽지 않은 문제예요. 일단 통신사들이 망 원가를 공개하는 걸 꺼려할 테고요.

과기정통부는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전면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법률상의 리테일 마이너스 원칙을 삭제하고, 세부 산정기준을 새로 만드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어요. 과연 코스트 플러스 방식이 도입될 수 있을지, 그래서 알뜰폰 사업자들의 도매대가 부담이 줄고 나아가 소비자 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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