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내년부터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해 전파사용료가 100% 부과되는 가운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대기업이 세금감면 혜택을 받아선 안 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계열이어도 적자가 많은 알뜰폰 시장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대상으로 전파사용료 납부를 1년 더 유예했으나,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100% 전액을 내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의 전파사용료 감면 취지가 영세 알뜰폰 지원에 있었던 만큼 대기업 계열사들은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 자회사인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SK텔링크,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과 KB국민은행의 알뜰폰인 KB리브엠, 카카오 계열의 스테이지파이브 등이 전파사용료 감면을 받지 못하게 됐다. 최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인수한 ‘토스모바일’(구 머천드코리아)의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매년 전파사용료를 납부하는데, 정부는 그동안 알뜰폰 사업자에 한해 이를 면제해줬다. 원래는 한시 운영이었으나 매년 기간이 연장됐다. 2020년부터는 전파사용료 감면 기간 연장을 추진하면서 중소·중견 사업자가 아닌 대기업 계열 사업자는 2021년 20%, 2022년 50%, 2023년 100%를 내도록 정책을 바꿨다.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었지만 사업자들은 계속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한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이 성장하는 데 대기업 계열 알뜰폰이 노력한 부분이 많음에도 직접적인 규제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전파사용료 부담만큼 소비자 요금을 올리지 않으려면 사업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실제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들도 알뜰폰 사업에서는 적자를 보거나 적자에 가까운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은 누적 적자를 보고 있고, 특히 주력인 LTE 무제한 요금제는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올 상반기 주요 업체들이 순차적으로 요금을 올린 것도 그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요 알뜰폰 업체들이 알뜰폰 사업에 따른 영업이익 또는 손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진 않지만,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228억원의 적자를 냈다.
통신사들과 비교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파법에 따르면 이동통신용 전파사용료는 가입자당 분기별 2000원이며, 여기에 각종 감면계수를 반영해 최종 사용료를 책정한다. 현재 통신사들은 이를 감안해 가입자당 분기별 약 1200원의 전파사용료를 내고 있다. 대기업 계열 알뜰폰도 내년부턴 1200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통신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약 3만원대로, 1만~1만5000원대인 알뜰폰보다 두 배가량 높은 상황에서 전파사용료가 같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한다. ARPU 대비로 보면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가 통신사보다 더 많은 전파사용료를 부담하는 것과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전파사용료 감면 취지는 결국 알뜰폰 시장 활성화라는 점에서 대기업 계열 알뜰폰 회사들의 감면 대상 포함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업계에서도 이같은 의견을 피력해왔지만 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가 조정 등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