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현행법에 명시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를 둘러싸고 업계 안팎으로 상반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와 알뜰폰 업계에선 시장 활성화와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현행 의무제 일몰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에선 도매제공 의무가 오히려 과도한 민간규제라는 지적이 나와 부딪친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 따르면,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를 없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박완주 의원 대표로 발의됐다. 이 개정안은 현행법 제38조2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의 도매제공의무서비스를 지정해 고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한 것이 특징이다.
알뜰폰은 통신사들에 도매가를 지불하고 망을 임대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지난 2010년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안정적인 사업 영위를 위해 도매제공 의무제를 3년 일몰제로 도입했고,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일몰을 연장했다. 도매제공의무사업자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로 시장지배력을 가진 SK텔레콤이다.
그동안 알뜰폰 업계는 도매제공의무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매 3년 기한이 도래할 때마다 일몰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다보니 사업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통신사 대비 협상력 열위에 있는 중소 사업자들이 많은 알뜰폰 특성상 더더욱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알뜰폰 업계가 우려를 표하는 이유기도 하다. 개정안은 도매제공 의무를 없앤 대신 ‘도매제공의무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매제공 협정 이행을 중단하거나 협정 갱신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지만, 알뜰폰 업계는 “협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거나 협정이 알뜰폰에 불리하게 체결되면 답이 없다”고 말한다.
정부와 국회도 도매제공의무 일몰제 폐지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전면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일몰제 폐지를 예고했다. 과방위에도 박완주 의원안을 제외하면 오히려 일몰제를 폐지하거나 일몰기한을 삭제한 김영식 의원안과 김영주 의원안 등이 이미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른 목소리를 낸다. 특히 SK텔레콤이 그렇다. 사실상 도매제공을 영구 의무화하는 일몰제 폐지는 과도한 민간규제라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도매제공의무가 없는 KT·LG유플러스 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가 이미 80%를 넘어가는 수준”이라며 “도매제공 의무제가 시장과 무관하게 작동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도매제공 의무를 폐지하는 데 초점을 둔 것보다는 아직 도매제공 의무를 영구화해야 할지 일몰을 연장해야 할지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라며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기보다 앞으로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