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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나노 AI 반도체 나오는데"…'7나노' 사피온의 자신감

- 사피온, 2023년 하반기 ‘X330’ 출시…TSMC 생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 그룹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사피온이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내년 하반기 7나노미터(nm) 공정 기반 ‘X330’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7nm다. 첨단 노드로 평가받으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3nm까지 진입한데다 4nm 또는 5nm 공정 성숙도가 상당 부분 올라온 상황에서 의아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출시 시점이 내년 하반기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AI 반도체는 AI 두뇌다. 사람의 뇌처럼 수십~수천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제품에 따라 역할은 조금씩 다르나 고성능 구현을 위한 최신 기술 적용은 필수적이다.

딥엑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토종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은 내년 연이어 5nm 공정을 도입한 AI 반도체를 선보인다. 이들 칩은 주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등에서 쓰인다.

지난 7일 기자와 만난 류수정 사피온 대표<사진>는 7nm 선택에 대해 “안정성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7nm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한 만큼 최신 공정 대비 안정적인 편이다.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 없이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4~5nm 공정도 과거 대비 수율이 많이 올라오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7nm보다는 낮은 상태다. 비용 측면에서도 다소 차이가 난다.

류 대표는 “코스트 측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7nm 사용 시 응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나 지적재산(IP) 등이 더 많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단순 나노 수가 최종 성능을 결정하지 않는 부분도 한몫했다. 해당 수치는 반도체 회로 간 선폭을 의미하는데 통상 낮을수록 트랜지스터 집적도(밀집도)가 높아진다. 트랜지스터는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를 뜻한다. 하지만 차별화한 미세공정으로 같은 선폭은 물론 더 큰 선폭에서도 트랜지스터를 더욱 촘촘하게 배치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에 따른 차이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딥엑스 퓨리오사AI 등은 삼성전자, 사피온은 TSMC에 칩 생산을 맡긴다. 반도체 분석업체 IC Knowledge에 따르면 동일 노드에서 TSMC는 삼성전자보다 더 높은 집적도를 구현하고 있다.

또 다른 배경에는 사피온의 자신감이 있다. 사피온은 지난 2020년 28nm의 ‘X220’을 출시한 바 있다. 지난 9월 사피온은 반도체 성능을 측정하는 ‘엠엘퍼프(MLPerf)’ 결과를 토대로 X220이 엔비디아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A2’ 대비 약 2.3배 빠른 처리 능력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A2는 8nm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노드 격차가 3배 이상 났음에도 성능은 오히려 크게 앞선 것이다.

류 대표는 “TSMC와 매달 제품 로드맵을 공유하면서 협업하고 있다. 차차기 제품에서는 7nm 이하 노드를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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