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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포스코케미칼, 협력사 ‘갑질’ 충격… “아직도 이런데가 있나” 비판 확산

- 공정위, 하도급법·공정거래법 위반 판단…과징금 5억8000만원 부과
- 올해 7월 ‘공정거래 자율준수’ 가이드북 발간까지해놓고 구태 지속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사장님, 정말 다 잃고 나가실 거예요?” “밑에 임원 내보내시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안 내보내세요?”

지난 2019년 포스코케미칼 임원이 협력사 임원에게 퇴사를 강요하며 한 말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포스코케미칼이 그동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력사 경영에 간섭을 일삼았다면서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일명 협력사에 대한 ‘갑질’이 공공연하게 행해졌다는 것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대한민국에 이런 야만적인 관행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협력사 임원 임기를 자체적으로 규정하고, 임기를 마치면 그 자리에 포스코케미칼의 자사 직원을 부임시켰다.

협력사 설립시 포스코케미칼이 지분을 출자하는 것이 전혀 없었음에도 이처럼 황당한 갑질이 이어진 것이다.

실상 자사 임직원들의 퇴임후 자리 보전용으로 협력사를 철저하게 이용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제대로된 윤리경영, 투명한 정도경영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같은 포스코케미칼이 올해 7월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가이드북’을 발간하는 등 환경·경영·지배구조(ESG)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포스코케미칼은 ▲부당특약 금지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금지 하도급대금 감액 금지 부당한 위탁취소 및 수령거부 금지경제적 이익의 부당한 요구 금지 부당한 경영간섭 금지 보복조치의 금지 탈법행위의 금지 등을 가이드북에 명시했다.

가이드북 발간사에서 포스코케미칼은 “임직원 여러분들께서 새롭게 개정된 편람을 업무 지침서로 삼아 당사가 공정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포스코케미칼은 ESG 경영 실천과 거리가 먼 구태를 행사해 온 것이다.

◆1990년부터 지속된 외주화… 협력사 인사·자본·지분에 대해 ‘갑질’

포스코케미칼은 ▲내화물 제조 및 시공 ▲생석회 제조 ▲에너지 소재(양․음극재) 제조 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일부 사업 분야를 협력사에게 외주를 맡기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외주화 작업은 30년 이상 지속됐다. 1990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포스코케미칼과 거래한 협력사는 모두 19개사다. ▲내화물 관련 16개사 ▲생석회 관련 1개사 ▲에너지 소재 관련 2개사로 1990년대 13개사와 2000년대 2개사, 10년대 4개사가 설립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부터 협력사 관리를 위해 ‘협력사 경영관리 기준’을 자체적으로 설정했다. 공정위는 이 경영관리 기준에 문제가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케미칼에 유리한 방향으로 19개 협력사의 ▲인사 ▲자본 ▲지분 등에 대해 간섭해 왔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케미칼이 마련한 협력사 경영관리 기주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포스코케미칼이 마련한 협력사 경영관리 기주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경영관리 기준은 총 21개다. ‘임원 처우’ ‘적정 자본 규모’ ‘기타’라는 3가지 대분류 아래 ▲사장 및 임원 임기 ▲직책별 연봉 ▲퇴직금 ▲이익잉여금 ▲배당금 ▲지분구성 등 상세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 경영관리 기준에 따라 협력사 대표는 포스코케미칼의 허락없이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경영관리 기준이 ‘족쇄’로 작용한 셈이다. 특히 ‘지분구성’ 항목은 포스코케미칼이 주도적으로 일방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도록 항목 내용을 변경하기도 했다.

경영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는 협력사에는 평가 시 불이익을 부과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임원평가’ 항목을 추가해 이를 더욱 강화했다. 실제 일부 협력사 대표이사는 과다 연봉 수령, 이익잉여금 과다 보유, 지분구성 미해결 등을 이유로 낮은 등급을 부여받고 연봉 기준이 축소되기도 했다.

임원인사에 개입한 혐의도 드러났다. 협력사 임원 임기가 거의 끝나갈 때쯤 포스코케미칼이 자사 부장급 이상 직원을 선발하고, 후임자가 전임자의 지분을 인수해 협력사 전임자 직책에 부임하는 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19개 협력사의 모든 전·현직 임원은 포스코케미칼의 내부 직원 출신으로 구성돼왔다. 이 과정에서는 협력사 임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과징금 5억8000만원 부과… 네티즌 “벌금이 너무 적다” 비판

공정위는 이같은 포스코케미칼의 행위가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포스코케미칼에 과징금 5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포스코케미칼은 이에“협력사 경영진들의 방만한 경영에 의한 협력사 소속 근로자들의 이익 침해, 이에 따른 제철소 내 조업불안 야기 등 과거 협력사에서 발생했던 여러 폐단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협력사 경영관리 기준을 정립해 당사 내부지침으로만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아직도 이런 회사가 남아 있다는 게 놀랍다”, “협력사가 아직도 너무 부당하게 일한다”라며 비판하고 있다. 일부는 “벌금이 너무 적다”라며 보다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포스코케미칼은 “공정위의 처분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개선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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