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 ‘자율규제’ 원칙에도 변화가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독점에 따른 시장 왜곡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며, 정부 개입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각 정부부처에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야당까지 합류했다. 이전 문재인 정부 때 발의된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로 인해 플랫폼 업계 긴장도는 최고조다. 카카오 장애를 두고 전방위에서 공격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전반으로 파장이 퍼져 마구잡이 규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연말까지 제정하고, 내년 초 기업결합 심시기준을 개정에 착수한다. 이는 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사를 겨냥한 조치다.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간이심사로 처리되던 이종 혼합형 기업결합을 원칙적 일반심사로 전환해 심사를 강화한다.
사실상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사들이 이 규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M&A 심사기준 변경 때 스타트업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반칙행위 ▲편법적인 지배력 유지‧강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정히 법을 집행하고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자사 서비스를 경쟁사업자에 비해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 ▲경쟁사업자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대기업집단 시책 위반행위 등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카카오 사태가 시장 내 경쟁압력이 없는 독점플랫폼 혁신 노력과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어, 독과점 문제 해소를 위해 맞춤형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공정위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입법을 다시 강조했다. 먹통에서 비롯된 카카오 문제를 독과점으로 확대해, 온플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여당에서는 동의의결제도를 문제 삼았다. 최승재 의원(국민의힘)은 “정부가 동의의결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에 네이버·카카오 등이 괴물 기업이 돼 버렸다”며 “동의의결과 관련해서 감사원에서 감사 청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 협의회를 카카오·네이버와 같은 부가통신서비스사업자도 통신3사 기간통신사업자처럼 데이터 이중화를 조치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한다.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 보호조치 의무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센터 및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한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윤 대통령이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을 ‘국가기간통신망’에 빗대어 표현한 만큼, 부가통신사업자까지 재난관리체계에 편입키로 한 것이다. 또, 디지털위기관리본부를 신설해 디지털인프라와 서비스 재난예방-훈련-대응-복구 등 전체 점검‧관리 체계를 갖춘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피해보상 관련 약관과 이용자 고지 의무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야당에서는 방통위가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을 다시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감 때 한상혁 위원장은 자율규제를 통해 이뤄지지 않은 이용자 보호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전방위에서 요구되는 규제 강화는 비단 ‘카카오’에 국한되지 않는다. 네이버를 비롯해 주요 플랫폼사에 적용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카카오 사태 나비효과에 경제위기 속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플랫폼사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 김소혜 연구원은 “지난 주말 카카오톡만 멈춘 것이 아니라 인터넷기업들의 이익 성장세, 주가 모멘텀도 멈췄다”며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밸류에이션은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이슈로 인해 실적 전망치의 추가적인 하향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