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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아껴야 산다…전자업계 ‘에너지 다이어트’ 선택 아닌 필수

- 올해 기후 위기 최악의 해…EU, 8K TV로 초강수 규제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 전시회 ‘IFA 2022’의 주인공은 ‘겸손한’ 제품이었다. 최대 규모 부스를 꾸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밀레, 보쉬, 지멘스 등 역사가 깊은 유럽 가전 기업까지 너도나도 에너지 효율성을 늘린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바빴다. 각종 화려한 신기술을 앞세웠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자제품이 너도나도 에너지 다이어트에 나선 이유는 뭘까. 세계적으로 들이닥친 기후 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기후 위기 측면에서 최악의 한 해로 분류될 정도로 각종 자연재해가 이어졌다. 유럽에는 최악의 가뭄이 지속됐지만 파키스탄에는 대홍수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어느 상황보다 거세다.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 개선을 전면에 내걸며 답하는 중이다.

올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문제도 발생했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 절감을 목적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TV에 칼을 댔다. 대상은 가장 고가에 에너지 효율을 많이 소비하는 8K TV다. EU가 내놓은 규제안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8K TV를 구매할 수 없다.

EU의 규제안은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에너지 효율성 강조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최근 산업계를 뜨겁게 달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청정에너지’ 부분이 있다. 이 중에는 개인이나 기업이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입할 경우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존재한다.

매년 기후 위기는 몸집을 부풀려 예상치 못한 지역을 위협할 것이다. 지금까지 친환경은 ‘하면 좋고’였다면 이제는 ‘반드시’로 변했다. 기업 역시 이 흐름을 피할 수 없다. 탄소 발자국 저감은 선택에서 필수가 됐다. 앞으로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지 않은 제품은 살아남을 수 없다.

비단 에너지 효율의 문제는 아니다. 제품 자체도 자연에 해가 가해지지 않는 방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이 재활용 부품을 활용하거나 친환경 페인트 등을 활용하고 있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소비자의 선택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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