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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 TV, 유럽서 판매 막히나…시름 깊어지는 TV업계

- EU, 27개 회원국 대상 TV 전력 소비 규제 강화 계획
- 삼성·LG, 대부분 제품 기준 미달…조정 여지 있어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유럽연합(EU)이 에너지 소비효율 관련 기준을 강화하며 8K TV가 유럽 시장에서 퇴짜 맞을 위기에 봉착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기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제조사가 다루고 있는 대부분 8K TV는 유럽에서 판매할 수 없다. 유럽은 8K TV의 최대 시장인 만큼 타격이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총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TV 전력 소비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규제 일정은 2023년 3월1일이다.


<출처=삼성전자>
<출처=삼성전자>

8K TV는 8000여개의 픽셀을 갖춘 TV를 뜻한다. 풀HD(FHD)→4K→8K 순서로 해상도가 좋다.

8K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8K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63.1%), 2위는 LG전자(5.5%)다. 전체 8K TV 시장 출하량에서 유럽 시장은 30%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최근 이상기후,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EU는 에너지 효율을 많이 소비하는 전자제품을 규제 대상으로 집었다. 특히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대표 TV가 특정됐다.

EU가 내놓은 규제안에 따르면 8K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TV 기준 에너지효율지수(EEI)가 0.9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75인치 8K TV의 경우 시간당 에너지 소비량이 141와트(W)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 수준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8K TV는 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2022년형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 75인치 제품은 시간당 에너지소비량이 300W가 넘는다. LG전자의 7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8K TV 역시 300W 이상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8K TV는 FHD TV나 4K TV보다 높은 수준의 화질을 구현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하는 게 당연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력 소모 기준이 책정됐다는 설명이다.

8K TV 협회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EU의 규제는 8K 산업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EU가 내놓은 규제안은 너무 낮게 설정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EU에서는 대부분 8K TV를 판매할 수 없을 것이며 소비자를 포함해 8K 생태계 개발에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TV업계 관계자들 역시 “8K TV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규제안이 조정될 여지는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관련 규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등 정부 차원에서도 면밀히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라며 “규제가 현안대로 시행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조정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TV 시장은 침체기에 맞닥뜨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TV 예상 출하량은 2억1200만대다. 트렌드포스는 올해만 두 번 TV 예상 출하량을 하향 조정했다. 연간 성장률 역시 기존에는 3%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1%로 줄었다.

한 국내 가전업계 고위 관계자 역시 “생활가전은 나쁘지 않지만 TV 시장은 전망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어두운 시장 상황에서 유럽 내 8K TV 판매길까지 막힐 경우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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