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배터리 기반의 전기시설과 무정전 전원 장치(UPS)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내 데이터센터들이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카카오 주요 서비스의 먹통 사태를 부른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발화지점은 센터 A동 지하 3층 전기실이다. 19일 관계 당국과 IT 업계에 따르면 전기실 내 배터리 중 1개에서 스파크가 일며 불이 났고, 5개의 랙(선반)으로 이뤄진 배터리 1개가 발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정부·여당이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후속 대책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화재원인에 대해 “리튬 배터리에 의한 에너지 저장장치에서 발생한 화재”라며 “오늘 소방방재청에 TF팀을 구성을 해서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소방 대책 강구를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성 정책위의장은 “특히 리튬배터리 대한 전원장치가 화재가 났을 때 배터리를 잠그는 것 외엔 다른 화재 진압 방법이 현재까진 없는 게 사실이다. TF팀에서 화재진압과 건물구조 설계에 대한 미래 건축까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19일 진행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화재 현장을 가봤는데 지하 3층의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났다. 이 공간에 리튬배터리로 작동하는 UPS가 같이 있었는데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 UPS에 영향을 받았고 지하 3층 천장 케이블까지 손상됐다. 그런데 이 케이블이 카카오 전산실과 연결되는 전선 케이블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리튬배터리 전원장치 화재에 위험성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대한 주요 데이터센터들이 배터리 및 UPS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서울 상암동, 경기도 과천, 강원도 춘천 등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삼성SDS는 UPS 등 전산센터 배터리 장비에 대해 월 1회 정기점검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암동과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LG CNS는 고객사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ICT도 전체적인 배터리 관련 점검을 완료했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UPS 컨트롤러와 배터리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상황으로 1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백업 배터리로 운영이 되는 형태다. 원래 정기점검을 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를 보고 전체적으로 다시 점검 완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천구 가산동 및 용인 마북리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롯데정보통신도 UPS 등 전기시설에 대해 정기점검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요 금융사들도 전산센터의 UPS 장비 및 전기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섰다. 금융사들은 업무연속성확보(BCP) 계획에 따라 전산센터에 UPS 설치를 필수적으로 하고 있다.
금감원의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핵심업무를 지원하는 전산 시스템이 재해복구 목표시간을 초과해 중단된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제재 대상이 된다. 재해복구 시간이 5시간 이상일 경우 해당 임직원에겐 감봉 등 문책 경고, 기관엔 ‘기관주의’ 제재가 내려진다.
하지만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장애로 인해 전산센터의 배터리 장비에 대한 규정 등이 변화할지도 주목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긴급기자간담회에서 “SK C&C와 협의해 리튬배터리를 납축전지로 교체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데이터의 폭증으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커지면서 UPS 등 배터리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하이퍼스케일러급 데이터센터들은 UPS보다는 비상 발전기 등 대체재 마련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