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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SK이노베이션, ‘친환경에너지’ 회사로 탈바꿈…5조원 투입

SK울산콤플렉스 모형. <사진=디지털데일리>
SK울산콤플렉스 모형. <사진=디지털데일리>
- 2027년까지 5조원 투자…2050년 탄소중립 달성 계획
- 친환경 원료·설비 도입,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추진


[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석유화학산업과 정유산업은 탄소배출량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두 사업 모두 영위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한다. ‘친환경에너지’ 회사로 전환을 준비하면서 60년 기업 역사도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국내 석유화학·정유산업은 2021년 기준 에틸렌 생산능력 세계 4위, 원유 정제 능력 세계 5위로 주력 수출산업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들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그만큼 많다. 국가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26개 산업군 중 석유화학산업이 2위, 정유산업이 5위를 기록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탄소중립(넷제로)의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고자 지난해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로 도약을 선포했다. 탄소 대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추진하고 제품 생산과정과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각각 줄이는 방향을 추구한다. 그 일환으로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과제도 설정했다. 2027년까지 약 5조원 투자 계획도 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월 SK울산콤플렉스(이하 울산CLX)를 찾아 “에너지는 석유 중심에서 탈탄소, 즉 전기로 바뀔 것”이라며 “울산CLX는 전기, 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탈탄소 기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충분한 역량이 있고 앞으로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겠다”고 강조했다.

◆‘탄소’ 다루는 원유 정제 기술, 생산도 감축도 가능=지난 6일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제품이 생산되는 울산CLX를 찾았다. 울산CLX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루브리컨츠의 각종 생산시설이 들어서 있다.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공간이다. 원유와 공정용수 등이 흐르고 있는 파이프가 여러 방향으로 공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날 서관희 SK에너지 혁신기술실장은 “탄소와 관련해 축적된 역량을 활용해 ‘그린(친환경)’ 비즈니스모델로 역량을 확장하겠다”며 “가장 성공한 '넷제로 에너지컴퍼니'가 되겠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목표”라고 밝혔다. 원유의 주성분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탄화수소다. 석유화학 및 원유정제 사업은 탄소를 다루는 원리와 기술을 활용해 이뤄진다.

지난 6일 서관희 SK에너지 혁신기술실장이 SK이노베이션의 넷제로 달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지난 6일 서관희 SK에너지 혁신기술실장이 SK이노베이션의 넷제로 달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울산CLX가 60년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한 것이다. 2027년까지 투자하는 5조원 중 3조원은 친환경제품 확대를 위한 설비 전환 및 증설에, 1조7000억원은 순환경제 구축에 투입된다. 유재영 울산CLX 총괄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공정 개선과 연료 전환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감축 관련 신기술도 지속 발굴하고 있다”며 “향후 탈탄소 에너지에 기반한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 분야를 선도하는 공장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넷제로 달성 장기 전략에 재활용 플라스틱사업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울산CLX 내에서 차를 타고 5분여를 이동하자 파이프로 가득찬 공간 대신 텅 빈 부지가 나왔다. SK지오센트릭이 추진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가 조성될 부지였다.

SK지오센트릭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공장 부지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지오센트릭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공장 부지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21만5000제곱미터(㎡) 규모 부지는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크기다. SK지오센트릭은 이곳에 연간 폐플라스틱 약 22만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재활용 설비 구축이 완료되면 3대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공정 ▲고순도 PP 추출 ▲해중합 ▲열분해가 모두 한 곳에서 이뤄진다.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폐기물에 열을 가하거나 특정 성분을 첨가해 플라스틱의 분자구조를 변화시켜 원료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페트(PET) ▲복합소재가 모두 재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천석 SK지오센트릭 GT1스콰드 담당은 “2025년 하반기 완공 예정으로 공장을 가동하게 되면 PP와 PET의 경우 투입 원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재활용률이 대략 80~90%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에 있어 기계적 재활용이 아닌 화학적 재활용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탈탄소 기조에 따른 연료 수요구조 변화 대응책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에너지전환이 진행되면 휘발유 등 육상 수송용 연료는 감소하고 친환경 항공유(SAF)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는 시기를 대비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SAF 생산 공장 신설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탄소감축 'ing'…공정 개선, 탄소포집 기술 개발=울산CLX의 전환기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친환경 사업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안전·보건·환경(SHE) 투자가 진행 중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처리시설이 신설, 환경경영개선 마스터플랜 논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정동윤 SK에너지 넘버원FCC생산2 담당은 “현재 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탄소배출이 적은 공장,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최대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CLX는 이미 탄소배출 저감 효과에 성과를 보기도 했다. 원유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동력 보일러 장치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탄소배출량은 많은 연료인 벙커씨(벙커C)가 사용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꿨다. 현재까지 11기 중 9기의 연료를 LNG로 교체했다.

울산CLX 내부. <사진=디지털데일리>
울산CLX 내부. <사진=디지털데일리>
남은 2기도 2023년까지 LNG로 연료를 교체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연료 교체를 통해 지난해까지 누적 ▲이산화탄소 14만4000톤 ▲황산화물 1000톤 ▲질소산화물 850톤을 감축했다. 남은 2기 보일러도 연료 교체가 진행되면 1년에 탄소배출을 4만톤씩 더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상압증류공정(CDU) 첨가제 주입 ▲공정 열전달 효율 개선 장치 설치 ▲열회수 설비 설치 등 에너지 효율 향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CLX는 반도체 세정, 식음료, 농업 등에 활용되는 액체탄산 생산 사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액체탄산 생산에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이 활용돼 실질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울산CLX에서 탄소를 포집해 액체탄산용 원료로 공급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수소 공장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동해가스전에 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CCS) 실증모델개발 정부과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국책과제로 추진될 CCS 실증사업권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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