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이안나 왕진화 오병훈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플랫폼 국감’을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예상대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플랫폼 기업 경영진들이 국감장에 출석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국감 때와 비교하면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한결 나아졌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과도한 기업국감이었다는 비판이 많은 점도 분명 잇었지만, 그렇다고 국회가 정책국감을 하겠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안도감이 아니다. 여야 정쟁으로 인한 어부지리 측면이 더 크다.
‘바이든’ ‘날리믄’ 논쟁으로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사적발언 관련 MBC 보도부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허위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로 맞대응한다. 이에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야당은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올해 국감은 또다시 맹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실제 일부 상임위는 증인‧참고인 채택까지 합의하지 못해, 증인 없는 국감을 치르는 곳까지 나타났다. ◆네이버-카카오 신임 대표 국감 데뷔전=지난해 국감에서 곤욕을 치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도 국감장으로 향한다. 올해는 신임 대표 데뷔전으로 진행된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대표가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국회는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를 불렀지만, 기업인을 줄세우는 국감 구태를 반복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한 바 있다. 창업자까지 소환했음에도, 알맹이 없는 호통 국감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3번이나 국감장에 출석하는 이례적 기록을 세웠다. 카카오 계열사 대표까지 합하면 총 9차례에 달한다. 네이버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비롯해 한성숙 전 대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공기중 네이버 부사장, 손지윤 정책총괄이사 등이 불려갔다. 양사는 사회적 책임과 상생 활동을 강화하며 국감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했다.
이에 올해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는 부르지 않았으나, 신임 대표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다음달 7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 대표를 채택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환불 금액 및 낙전수입과 온라인 생태계 지원 사업 적절성 등을 질의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다음달 6일 예정된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국감에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부르기로 했다가 철회했다. 최수연 대표에게 제로페이와 네이버페이 간 서비스 연계 확대를 요청하려 했으나, 네이버로부터 관련 개선책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안심할 수는 없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등 종합감사 증인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김대욱 대표를, 정무위는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국토위는 카카오모빌리티 안규진 부사장을 소환했다.
지난해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양사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다. 종합감사 때 경영진이 포함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국회 정쟁에 불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경영진을 불러 민감한 정치적 사안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 관련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며 네이버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전엔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지만, 수사를 다시 확대한 것이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이에 여야는 각자의 이해관계로 양사 경영진을 부르고자 하는데, 정치적 질의로 이어질까 국회 내부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정치 질의 내용 기반으로 여당에서 네이버를 부르면 야당에서 반발하고, 야당에서 카카오를 요청하면 여당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급성장한 만큼 탈도 많다?…배달·명품 플랫폼에 쏠린 눈=올해 국정감사 각 상임위 증인 명단엔 다양한 플랫폼 기업 대표들이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대형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에 이어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한 배달·명품 플랫폼도 소환됐다.
복수 상임위에서 채택한 증인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우아한형제들이다. 지난해 과방위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올해 최소 두 번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됐다. 산자위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김 대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정무위에선 함윤식 부사장을 포함했다. 아직 여야 간 증인 합의를 끝내지 못한 과방위에서도 우아한형제들이 신청 명단에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회 관심이 전년보단 다소 떨어진 분위기이지만, 배달비 인상 및 산업재해가 증가하면서 업계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각 상임위는 우아한형제들이 소상공인 대상으로 과도한 광고 부담을 주진 않는지 등 상생협력 방안과 라이더 산업재해 관련 처리 방안, 하도급 및 하도급대금 지연 지급과 관련한 질의를 할 예정이다.
트렌비·발란 등 명품 플랫폼 대표들도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처음 출석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히 성장했지만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정치권 공세를 받게 됐다. 정무위는 ▲청약 철회권 제한 ▲사업자 책임을 면제하는 이용 약관 등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내용을 집중 살펴보고 있다. 또한 발란과 트렌비는 각각 올해 개인정보유출 사건과 허위·과장 광고 관련해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어 관련 질의가 나올 수 있다.
단 쿠팡의 경우 환노위에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대표, 복지위원회에서 주성원 쿠팡 전무가 증인 명단에 올랐다. 환노위에선 쿠팡 물류센터 사고 예방조치 점검 및 고용·작업환경 개선에 대해, 복지위에선 무허가 자가진단키트 판매에 대해 질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 강한승 쿠팡 대표가 출석해 납품업체 대금 지급 문제에 대해 답하고, 장기환 쿠팡이츠서비스 대표가 국토위 국감에서 배달 파트너 안전에 대해 질의를 받은 바 있다. 올해 정무위에선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대표를 모두 신청했지만 최종 협의 과정에서 배달의민족만 남았다. ◆게임사 인물은 없어…메타버스와 게임 분리는 쟁점=게임사 대표들은 이번 국감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주요 게임 관련 정책 질의가 나올 수 있어 관망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문체위는 게임사 대표 대신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를 불렀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기준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 게임 등 콘텐츠 관련 질의를 이어간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메타버스에선 게임보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더욱 활발히 공유할 수 있고, 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인 각종 과금모델(BM) 설정도 자유롭게 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메타버스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규제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각 게임사는 물론 여러 신생 및 중소·중견기업 모두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국무조정실, 과기정통부, 문체부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게임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실무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와 문체부는 연내 ‘메타버스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제페토 및 게임위 등 관련 기관은 ‘국조실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류 의원을 포함한 문체위 의원들은 김 대표에게 제페토는 무엇인지, 제페토 내 게임 콘텐츠는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수료 정책’ 질문받는 카카오T, 한시름 놓은 티맵=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는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 모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다만,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이 국토위 국감 증인으로 선다.
국토위는 안 부사장을 불러 카카오모빌리티 수수료 정책과 관련해 질문할 예정이다. 불공정한 부분은 없는지, 수수료가 과다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용자를 위한 상생안 마련 과정에서 택시기사 등 시장 참여자와 충분한 소통을 진행했는지도 알아볼 예정이다.
환노위는 티맵모빌리티 이종호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대신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선정됐다. 환노위는 김 위원장을 불러 대리운전 배차 플랫폼 ‘로지’와 관련해 대리운전 종사자 고충을 듣는다. 티맵모빌리티는 최근 로지 운영사 로지소프트 지분 100%를 인수한 바 있다. 로지는 ‘숙제콜’, ‘앱 이용료 쪼개기’ 등 문제로 대리운전 종사자 사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숙제콜은 호출 수락 할당량을 채운 기사에게 좋은 콜을 몰아주는 로지 운영 방식을 꼬집어 지칭하는 단어다.
진성준 의원실(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기사 매출 증진과 비용 편의를 위해 인수했다고 말했다”라며 “그런데 기존 업체가 잘못한 부분도 그대로 인수한다면, (로지소프트 인수) 명분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