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지난해 국정감사(국감)에서 웹툰‧웹소설 창작자와 플랫폼 간 수익 정산‧분배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에는 ‘노동’ 문제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웹툰’은 전세계 만화계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으며,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웹툰‧웹소설 지식재산권(IP)은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영상화를 비롯한 2차 저작물로 변화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창작자 노동권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웹툰 ‘록사나-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을 그린 여름빛 작가가 유산 후에도 연재 강요를 받은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인기 웹툰 ‘나혼자만 레벨업’ 작화를 담당한 장성락 작가는 향년 37세 나이로 사망했다. 사인은 지병인 뇌출혈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고강도 근로 문화에 대한 변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김용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웹툰법 제정까지 예고한 상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년 웹툰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 하루 평균 창작 활동 시간은 10.5시간으로, 주중 평균 창작 활동 일수는 5.9일로 나타났다. 웹툰 작가 단독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비율은 절반을 넘는 55.9%다. 이들은 웹툰 창작 활동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연재 마감 부담으로 인한 작업시간 및 휴식시간 부족, 과도한 작업으로 정신적‧육체적 건강 악화를 꼽았다.
이와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다음달 24일 열리는 고용노동부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종합감사에 서범강 웹툰산업협회장과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을 참고인으로 출석시킬 예정이다.
이들을 참고인으로 신청한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웹툰 계약관계 등 실태 확인과 웹툰 작가 근로 여건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윤건영 의원실 관계자는 “창작자 중 우울증을 겪거나, 건강상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자택에서 근무하지만, 집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유를 밝히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창작자 근무 여건을 지적한 것이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며, 소관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웹툰산업과 창작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연관 있으나, 노동 문제는 고용노동부 담당이다. 그런데, 부처 간 핑퐁만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문체부가 손을 댔으면 전반적 여건 등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문체부 소관이라고 한다. 소관부처로 자르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며, (웹툰 작가 노동권 문제는) 사각지대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국감 때 국회 지적에 따라 웹툰시장 불공정계약을 해결하기 위한 후속대책으로 작가‧플랫폼‧제작사 참여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번 국감 때 계약 실태와 노동권 현황을 파악해 창작자들이 고용노동법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실은 웹툰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만, 환노위 전체회의 때 최종 증인 명단엔 포함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기업 측 증인신청이 많아 후순위로 밀렸으나, 종합감사 때 채택될 수 있도록 간사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