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영상이 기획·제작·유통된 뒤 수익화되기 까지의 과정은 굉장히 깁니다. 콘텐츠 기획이나 제작 단계에서 엎어졌을 때, 혹은 유통이 되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으며 제작사가 모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진행된 ‘영상콘텐츠 세제지원 제도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해외에선 제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뤄졌을 때 제작비에 대해 환급해 주는 등 제작사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갖춰진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김영식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주최로 진행됐다.
◆ 콘텐츠 업계 "세액공제율 확대돼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앞서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세액공제 대상에 OTT 콘텐츠 제작비를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상 사업자는 영화·방송 콘텐츠 제작비용만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개편안에는 기존 영화·방송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기한을 3년 연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액공제는 2023년 1월1일 이후 지출하는 비용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업계는 이런 개편안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간 요청했던 세액공제율 확대가 이번 개편안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수준으로, 해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제작비 2664억원을 지출한 ‘완다비전’이 미국 내 세액공제 제도를 통해선 약 60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반면, 이 작품이 국내에서 제작되는 경우 세액공제 총액은 8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는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제작사에 맞서 콘텐츠에 과감하게 투자하려면 세액공제율이 먼저 확대돼야 하다고 요청해왔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같은 부분들이 지적됐다. 발제를 맡은 김용희 교수가 국내 콘텐츠 기업 62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1.3%가 현행 제작비 세액공제 비율에 대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현 희망 세액공제율을 묻는 질문에는 대기업은 10%, 중견기업은 22.5%, 중소기업은 23.8%가 적정하다고 집계됐다.
특히 응답기업 100%가 세액공제율이 확대된다면 이 제도를 적극 이용하겠다고 답변했으며, 이 중 82%의 기업은 세금 절감분을 콘텐츠 산업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일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사무처장은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상파·종편·일반 PP들이 콘텐츠에 5조원을 투자했다. 반면 같은기간 넷플릭스는 콘텐츠에 한화 18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제대로 경쟁하기에 체급이 다르다”라며 “세액공제율이 확대된다면 제작사도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선 공제율이 확대되면 세수가 감소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콘텐츠 사업이 주요 경쟁지표에서 국가 경제 기여도가 높은 사업임을 고려해주시면 좋겠다. 방송·영상산업의 매출 대비 고용창출 효과도 반도체, 통신사업보다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 법인세 감면 실익 적어…다양한 세제지원 제도 필요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식의 현행 세제 지원제도로는 실익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인세라는 것도 결국 수익이 나야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 콘텐츠 업계 대부분이 적자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대찬 영화사 테이크 대표는 “영화사 1만2000여곳 가운데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50년동안 흑자간 난 곳이 10곳이라는 것이다”라며 “법인세 감면이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국내와 달리, 해외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세제지원 제도를 두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제작비 중 인정되는 지출의 20%(400만 유료 이상 제작비) 혹은 30%(400만 유로 미만 제작비)를 법인세에서 감면하는 동시에, 감면세액이 세액보다 많은 경우 차액을 현금으로 환급해주고 있다. 또 미국 오클라호마의 경우 주정부가 제작비 지출 내역의 35%을 현금으로 환급해주고 있다.
김연성 제작사 위매드 부사장은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세제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연구소가 필요하다. 이런 부설연구소 설립하려면 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콘텐츠 기업들이 그렇게 크지 못하다”라며 “콘텐츠 산업의 특성에 맞는 R&D 비용 세액공제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콘텐트 산업은 리스크 테이킹이 엄청 큰 산업이다. 기획 단계에서 많은 리스크가 발생한다”라며 “그렇다고 리스크의 100%를 정부에 보존해달라는 게 아니다. 어떤 범위를 규정해 여기에 대해 보장해준다고 하면 콘텐츠 기업들은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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