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전문업체에 이어 기성 완성차업체까지 채택하는 영향이다. 주요 배터리 제조사는 수요에 맞춰 원통형 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22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원통형 배터리 사용량은 29기가와트시(GWh)로 전년동기(23GWh)대비 30% 늘었다. 각형 배터리 위주인 중국 기업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원통형 점유율은 줄었으나 채용 고객은 늘어나는 추세다.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종류는 크게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이중 원통형은 가장 오래된 기술이다. 전자 기기 등에서 많이 활용되면서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이기도 하다.
널리 쓰이면서 쌓여온 제조기술력, 표준화된 규격이 장점으로 꼽힌다. 단가가 낮고 생산성이 좋은 부분도 있다. 다만 다른 형태 대비 용량이 적고 디자인 자유도가 떨어지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기차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원통형 배터리의 반등은 테슬라가 견인했다. 18650(지름 18mm 높이 65mm) 또는 21700(지름 21mm 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한 테슬라가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면서 업계의 관점이 달라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는 개당 출력량은 부족하지만 부피와 무게 우위로 동일 면적 모듈에 더 많은 셀을 투입할 수 있다”며 “제품 성숙도로 인해 가격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2~3년 동안 전기차 화재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원통형 가치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테슬라가 전기차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면서 후발주자들도 같은 길은 걷게 됐다.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등 전기차 스타트업은 물론 BMW GM 스텔란티스 등까지 원통형 배터리 대열에 합류했다.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선두주자는 일본 파나소닉이다. 18650 규격부터 테슬라와 협업하면서 원통형 시장을 이끌어왔다. 파나소닉은 최근 미국 캔자스시티에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차세대 규격인 4680(지름 46mm 높이 80mm)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21700 규격부터 테슬라 공급망에 진입한 LG에너지솔루션도 파나소닉을 쫓고 있다. 주로 중국에서 테슬라용 배터리를 제조하다가 지난달 국내 오창 2공장에 4680 전용라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이다.
또 다른 원통형 강자 삼성SDI도 생산량 확대를 진행한다. 지난 21일 말레이시아에 21700 원통형 배터리 2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전동공구와 마이크로 모빌리티 위주에서 전기차로 원통형 영역을 확장 중이다. 하반기에는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 공사가 시작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 중국 CATL도 원통형 사업을 본격화한다. 개발 단계에 머물렀다가 BMW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전용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오는 2025년부터 BMW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폭스바겐과 협력 중인 스웨덴 노스볼트도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21700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계기로 폭스바겐 역시 원통형 배터리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원통형 배터리 확산으로 관련 협력사들도 분주하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 1일 충남 아산에 원통형 배터리 캔 신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기존 경북 칠곡에 이어 두 번째 라인이다. 경쟁사인 상신이디피도 국내외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도금강판을 제작하는 TCC스틸 등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