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인터넷

물가안정 나선 대형마트, 쿠팡·컬리 고객 뺏을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고물가 폭탄’으로 서민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며 소비를 줄이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대형마트들은 경쟁적으로 밥상물가 잡기에 나섰다. 지난 2년간 온라인에 빼앗긴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이커머스를 향한 ‘역공’이기도 하다. 생필품·신선식품 중심 온·오프라인 경쟁이 불붙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08.22(2020년=100)로 전년동월대비 6%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1998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7,4%까지 치솟았다.

대형마트가 먼저 소비자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소비자 지갑이 닫힐까 우려되자 이들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상시 최저가 정책 도입과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일회성이 아닌 물가가 다시 안정될 때까지 지속한다는 점이 이전 대규모 할인행사와 차별점이다.

이마트는 최저가 전략을 내세운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우선 연말까지 우유·김치·계란 등 필수상품 40개 가격을 다른 대형마트는 물론 이커머스 업체 쿠팡보다 상시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일 가격 모니터링을 하면서 추가 가격 인하를 실시한다. 해당 상품들은 종전보다 평균 13% 가격이 내려갔다. 별도 500개 상품을 선정해 일주일 단위로 최저가 관리도 실시한다.

이마트 측은 “높아진 물가를 이유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면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오는 효과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강성현 대표 주도로 운영되는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상품별 가격을 관리하는 프라이싱팀을 강화했다. 물가안정TF가 물가상승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는 조직이라면, 프라이싱팀은 신선·가공식품부터 주방용품까지 매출상위 생필품 500여종 가격을 집중 관리한다. 홈플러스도 올 1월부터 ‘물가 안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가 물가 잡기에 적극적인 데에는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다. 코로나19를 겪은 지난 2년간 대형마트는 상당수 고객들을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에 뺏긴 바 있다. 실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한 요인 중 하나는 ‘온라인 장보기’ 영향이 컸다. 젊은 층뿐 아니라 온라인 식품 구매를 꺼리던 5060세대도 쿠팡·마켓컬리 등으로 대거 넘어왔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매출도 영향을 받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살펴보면 대형마트는 다중이용시설 기피, 점포 수 감소 등 영향으로 대다수 상품군 판매가 줄어 전체 매출이 2.3%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장보기가 보편화되고 식품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체 온라인 매출은 15.7% 상승했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올해 거리두기 해제 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물가상승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 셈이다. 다만 대형마트의 이같은 물가안정 노력이 온라인 장보기 수요로 넘어갔던 ‘집토끼’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커머스 입장에서도 온라인 장보기 침투율이 여전히 20%대에 불과하다는 판단으로 지속 투자하고 있다. 쿠팡 프레시와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대형마트들이 강조하는 ‘대량 선구매’ 방식으로 운영 중이고, 자주 구매하는 장보기 상품들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

가령 마켓컬리는 농산물 판매자들과 연단위 계약을 진행해 올해 판매할 상품들에 대해선 이미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물가 상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지만 가격 변동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턴 콩나물·두부·당근 등 기본 채소·과일 등 대상으로 ‘365일 최저가 도전’ 전용관을 운영 중이다. 오아시스마켓도 이전부터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며 성장했다. 신선식품은 주로 새벽배송으로 제공해 대형마트 장점인 ‘즉시성’도 어느정도 희석시켰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몰보다 저렴하다 하더라도 그 가격차가 크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쉽게 구매 채널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까지 이동하는 시간적 비용과 유류비 등을 고려해도 가격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만큼 가격이 낮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이마트 매장과 SSG닷컴 이마트몰에서 동일한 최저가로 상품을 판매한다면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 더 이익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장보기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이미 그곳이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엔 소비자들이 10원이라도 더 낮은 가격을 찾아 구매하곤 했지만, 현재는 배송과 결제, 상품 다양성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