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공개됐다. 정보보호산업법 개정으로 국내 631개 주요 기업의 정보보호 등 ICT 투자지표가 공개됐다. 매출액 3000억원 이상, 일평균 이용자수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들이 해당 됐다. <디지털데일리>는 이번에 발표된 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산업군별 IT투자 현황 및 수준 등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 지난해 IT 투자액, 쿠팡 약 7500억원 vs 롯데+신세계+GS 약 6200억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대형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지난해 정보기술(IT) 부문 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IT투자액은 국내 전통유통기업으로 분류되는 롯데쇼핑과 신세계(백화점+이마트+SSG닷컴+지마켓글로벌), GS리테일 IT투자액을 합한 규모보다 높았다.
5일 정보보호 공시 포털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정보기술(IT) 투자액은 750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7494억2653만원으로 공시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투자액은 쿠팡이 대규모로 진행한 물류센터 투자는 전부 제외한 수치라는 점이다. 개발자를 포함한 IT부문 인력은 전체 임직원 2만4192명 중 10분의 1 수준인 2303명이다.
쿠팡은 공시에서 특기사항으로 “쿠팡 주식회사 투자액만을 반영하며 자회사 및 해외법인은 포함하지 않고, 주식기반 보상은 인건비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즉 쿠팡 물류센터 관련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쿠팡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년째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지난해 IT투자액에는 로켓·새벽배송 전국화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 고도화와 개발자 인건비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쿠팡이 신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배달주문 앱 쿠팡이츠 투자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시장 지형도가 변하고 쿠팡도 빠르게 장악력을 키우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이던 유통업체들도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가하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까지 IT 투자 규모는 쿠팡과 현저히 차이난다.
물론 처음부터 모바일 기반으로 시작한 쿠팡과 오프라인 매장 중심에서 온라인에 비중을 싣는 기존 유통업체들을 비교하면 사업영역이 완전히 같을 수 없다. 다만 이번 IT부문 투자액 공개는 각 유통기업들이 디지털시대 대응을 위해 얼마만큼 투자 규모를 가져가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공시된 기업 중 쿠팡 다음으로 높은 IT투자액을 기록한 곳은 2228억원을 투자한 롯데쇼핑이다. 백화점과 마트·슈퍼, 이커머스 사업부문이 한데 모인 영향으로도 보인다. 총 임직원 수는 2만3847명 중 IT 인력은 817명이다. 총 임직원 수는 쿠팡과 비슷하지만 IT 인력은 쿠팡 3분의 1 수준이다.
신세계그룹은 각 법인별로 공시가 된 만큼 온오프라인 주요 법인(신세계·이마트·SSG닷컴·지마켓글로벌)을 별도 계산했다. 지마켓글로벌 지난해 IT투자액은 1136억원으로, 롯데쇼핑 투자액 절반 규모를 차지했다. 총 임직원 수 1350명 중 IT인력 433명으로 32%다.
지마켓글로벌을 제외한 이마트와 SSG닷컴, 신세계(백화점) IT투자액은 대동소이했다. 같은 이커머스 계열인 SSG닷컴 IT투자액은 554억원, 총 임직원 3138명 중 IT인력은 403명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IT투자액 규모는 각각 734억원, 423억원이다. IT인력도 140~250여명에 그쳤다. 특히 이마트는 총 임직원 수 2만7800여명 중 IT인력 255명으로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았는데, 이는 수천명 캐셔 등이 정규직으로 포함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4개 법인 IT투자액을 합하면 2847억원으로 롯데쇼핑보다 600억원 가량 높다. 신세계그룹 IT투자액 규모는 좀더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그룹 전반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에 방점을 두고 추가 투자 계획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IT인력 확보 및 G마켓과 시너지를 위해 SSG닷컴은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하기도 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IT부문에 753억원을 투자했다. 같은해 GS홈쇼핑과 합병 후 통합GS리테일로서 투자한 금액이다. 총 직원 수 6900명 중 IT인력은 430명이다. GS리테일은 홈쇼핑과 편의점, 마트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IT 투자 규모는 이커머스 기업 11번가(798억원)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794억원)보다도 적다.
GS리테일이 사모펀드와 함께 인수한 위대한상상(요기요)은 지난해 IT부문에 374억원을 투자했다. 티몬(344억원)과 위메프(335억원)보다는 높지만 동종업계 속한 우아한형제들에 비해선 절반에 못미친다. GS리테일은 디지털커머스 사업 규모를 2025년까지 5조8000억언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일환으로 올해 다양한 유통 관련 플랫폼에 투자·인수를 단행 중이다.
다만 문제는 지난해까지 국내 ‘유통공룡’ IT 투자액을 전부 합해도 쿠팡이 투자하는 금액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신세계·이마트·SSG닷컴·지마켓글로벌), GS리테일(요기요 포함) 합산 IT투자액은 6203억원으로 쿠팡보다 1000억원 가량 낮다. 디지털 시대에 유통업계가 쿠팡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이고 빠른 IT 투자·관심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