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모바일 수요 부진 여파가 전방산업으로도 이어지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기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관련 부품 제조업체들도 침체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가전제품용 디스플레이패널와 카메라모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부품 출하량 감소가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차원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생산 일정을 조정하고 공급망 재정비를 진행했다. 수요가 둔화하면서 재고가 쌓이자 일부 부품 주문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것이다. 베트남 현지 공장 조업 일정도 조정하면서 관련 내용을 주요 협력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주요 협력사도 조업일수를 줄이거나 생산량을 조절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는 2~3개월 전에 이뤄지는데 발주 계약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위약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감수할 정도로 재고를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3000만대 이상에서 2억8000만대 안팎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면 카메라모듈 업체들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 카메라모듈은 렌즈를 통해 들어온 이미지를 디지털신호로 변화시키는 부품이다. 크게 이미지센서와 렌즈 모듈, 광학필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스마트폰 기술이 상향평준화 되고 경쟁자가 늘면서 카메라모듈 업체들이 수익성 하락의 수순을 밟았다. 앞서 일부 중견·중소업체들은 가격 경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는데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카메라모듈 제조업체인 파트론이 단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낮췄다. 카메라 모듈, 센서 등의 출하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부품 주문량이 감소한 상태이고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 올해 말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 전망도 좋게 보고 있지 않다”며 “전장 부품 등 다른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커 아직까지는 이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주요 카메라모듈업체들은 스마트폰시장 대신 자동차나 가상현실(VR) 기기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그만큼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의 수익성이 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도체 기판이나 인쇄회로기판 수요 감소도 예상된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와 시스템인패키지(SiP)에서 매출 감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FC-CSP는 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사용되는 패키징 기판이다. SiP는 단일 패키지에 묶인 다수의 집적회로(IC)를 말하며 역시 IT기기에 주로 탑재된다.
애플에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실적에도 부정적 여파가 작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애플의 플렉서블 OLED 패널 출하량을 2억500만대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보다 최대 6.8% 축소한 것이다.
앞서 시장조사기관들은 1분기 이후 일제히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낮췄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예상 출하량은 15억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에서는 9월 중순에 출시하는 아이폰14 등에 탑재될 부품 출하가 업계 예상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비수기로 분류되는 시장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 여파 등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모니터와 스마트폰 등 개인용 IT기기 수요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