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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미료 회사 생산 부족, 韓 반도체 '안절부절'…왜? [IT클로즈업]

- 아지노모토, ABF 공급 우려에 자국 기업 선공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고성능 컴퓨팅(HPC) 반도체 수요공급 불균형이 깨지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 전기차 시장 확대로 데이터양이 급증한데다 이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해당 칩 전용 패키지 기판도 공급난에 직면했다.

문제는 반도체 기판업계 증설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제조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이 2년을 넘어섰고 핵심 소재를 일본의 특정 기업이 독점하다 보니 생산능력(캐파) 확대가 제한적이다. 일본과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업체는 더 비상이다.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자국 고객사에 우선 배당하는 탓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섰다.

ABF는 절연 소재다.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전류 문제를 해결하고 전자가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게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강성(변형에 저항하는 정도)과 내구성이 높은 ABF를 사용하면 반도체 기판 내 미세패턴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나 두께가 두꺼워져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상대적으로 크기가 커도 되는 고부가가치 칩용 기판에 투입된다. ABF 적용 기판으로는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가 대표적이다.

현재 ABF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일본 아지노모토가 사실상 독과점이다. 시장점유율 98%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지노모토는 세계 최초로 인공조미료(MSG)를 제작한 회사다.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결합한 것이 MSG 시초다. 이 회사는 글루탐산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전자재료 분야에 활용하면서 1990년대부터 ABF 사업을 본격화했다. 세계 유수의 화학업체들이 ABF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과 절연성 향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지노모토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BT(Bismaleimide Triazine) 레진을 사용하는 BT 계열 기판보다 ABF 계열 기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아지노모토 위상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참고로 BT 계열에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장착되는 플립칩(FC)-칩스케일패키지(CSP)가 대표적이다.

아지노모토에 따르면 회계연도 2020년(2020년 4월~2021년 3월)부터 2025년(2025년 4월~2026월 3월)까지 ABF 출하량이 연평균 약 18% 늘어날 전망이다. 아지노모토가 매년 캐파를 증대하고 있으나 일본 대만 한국 고객사들의 FC-BGA 투자 규모에 못 미친다. ABF 공급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지노모토가 ABF를 독점하다 보니 업계 전반에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아무래도 자국 기업인 이비덴, 신코덴키 등을 우선순위에 두게 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기를 비롯한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LG이노텍 등은 ABF 확보전에서 밀린다는 의미다. 최근 조단위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기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안이 없어 공급처 다변화가 불가능한 부분이 부정적”이라며 “ABF를 최대한 많이 수급할 수 있도록 아지노모토와의 협상 및 관계 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지노모토 회계연도 2021년(2021년 4월~2022년 3월) 실적에서도 ABF 상승세를 알 수 있다. 아지노모토는 4개 사업부로 나뉘는데 해당 기간 ABF가 포함된 헬스케어 및 기타제품 부문만 영업수익이 전년대비 65.1% 상승했다. 나머지 부문은 역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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