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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기판 업계, '장비난'…일본·대만 추격 지연 '우려'

- 주문 규모 작아 PCB 제조설비 조달 '후순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반도체 기판 업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생산장비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증설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관련 설비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이 수개월 이상 길어졌다. 일부 핵심 제품은 2년 넘게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기판은 패키징 공정에서 쓰이는 필수 부품이다. 패키징은 말 그대로 반도체를 포장하는 단계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가 외부와 신호를 주고받도록 길을 만들고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이다. 반도체 기판에 그려진 회로로 칩과 이어지고 기판 자체는 지지대 역할도 한다. 이를 인쇄회로기판(PCB)이라고도 부른다.

PCB 종류는 반도체에 따라 다르다. 대표적인 게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반도체용 기판용이다. 연결되는 반도체가 복잡하고 많은 작업을 처리해야 하므로 FC-BGA에는 미세한 회로가 새겨진다. 최근 인텔 AMD 엔비디아 등 기성 업체는 물론 애플 아마존 구글 등까지 빅테크 기업이 자체 칩 생산량을 늘리면서 FC-BGA 공급난이 심화한 상태다. 리드타임이 기존 2달 내외에서 최대 1년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국내외 PCB 회사들은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나섰다. FC-BGA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주도하는 분야다. 이들은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최근 삼성전기를 비롯한 LG이노텍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도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시장을 공략 중이다.

문제는 FC-BGA 등을 제작하기 위한 장비마저 수급난이 심화한 점이다. 수요가 넘치는 데다 주요 공급사 전략에 따라 물량이 크게 확대되지 않은 탓이다. 한 예로 기판 절단 장비를 다루는 디스코는 수익성이 높은 웨이퍼 절단 장비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해당 제품의 부족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 대만 등도 영향권이지만 국내 반도체 기판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경쟁사 대비 발주 물량이 적어 공급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경우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해졌으나 나머지 업체들은 쉽지 않다”면서 “증설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판 장비 역시 일본이 장악 중인 부분도 우려 요소다. 자국 고객사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한국 업체 등은 출하가 밀리는 이유에서다. 일본과 대만 기업을 추격 중인 한국에 부정적인 이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일부 납품을 시작했으나 여전히 일본의존도가 높은 건 사실”이라며 “당분간 PCB 장비 공급난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시가관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지난해 FC-BGA 시장은 전년대비 39% 커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25% 확대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2011~2020년간 성장률(1.2%) 대비 약 10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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