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구글 인앱결제(앱 내 결제) 정책이 본격 시행됐으나, 인앱결제강제방지법까지 마련한 한국에서조차 속수무책이다. 기업 생존이 달려 있는 만큼 기업들은 구글 눈치를 보며 인앱결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실제 피해 사례로 법 위반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정부 입장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모두가 구글 정책을 수용하면, 앱마켓 퇴출과 같은 피해사례가 나오지 않게 된다. 그야말로 국내법 무력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카카오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구글 인앱결제 조치로 인해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가격은 기존 월 4900원에서 월 5700원으로 인상했다. 그러면서, “웹에서는 월 3900원 가격으로 구독할 수 있다”고 앱 내에서 안내했다. 기존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웹 결제를 유도하는 아웃링크까지 연결했다. 톡서랍 플러스 구독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웹 결제를 유도하는 아웃링크를 전면 금지했다. 이를 안내하는 문구도 넣어서는 안 된다. 이는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결제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은 국내법에 따라 외부결제를 허용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 외부결제가 구글 시스템에서 허락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수수료를 최대 26%까지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수수료 없이 아웃링크를 통한 웹 결제를 주로 사용해온 콘텐츠 앱 이용료가 줄줄이 오르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카카오가 마치 ‘저항의 깃발’을 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 구글에 대항하고 인앱결제에 반기를 들었다고 치켜세우는 이유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같은 시선에 선을 그으면서도 “최소 6월 이전에라도 이용자에게 기존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웹결제 링크를 추가해 지난 5월 말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며 “현재 공식적으로 구글에서 연락‧통보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구글이 앱마켓 퇴출 정책을 6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고, 카카오는 그 이전인 5월말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유야 어떠하든 카카오가 용기 있는 결정을 한 것은 맞다. 자칫 앱 퇴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에서 앱 퇴출을 경고하고 수정 조치를 요구하면 카카오 또한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카카오톡은 이모티콘플러스‧톡서랍플러스뿐 아니라 다양한 카카오 생태계가 집합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궁훈 대표가 최근 카카오톡 방향성을 새롭게 정의하며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카카오는 오픈링크, 글로벌 서비스 등과 연계해 전세계 사람들이 시공간 제약없이 소통하는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현재 전세계 앱마켓이 구글과 애플로 양분된 상황이라, 구글 없이 카카오톡의 글로벌 변화를 확장시키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제 정부의 시간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을 상대로 실태점검 중이나, 아직 사실조사로 전환하지 못했다. 구글 정책 영향이 현실화된 만큼, 선제적으로 정부가 조치하고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국회 등에서 커지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 약방문 조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최초 구글갑질방지법(인앱결제강제방지법)이 유명무실화되면,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와 기업 몫이다. 구글만이 웃게 된다. 피해가 현실화되기 전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