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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디데이] 6월1일 구글 갑질의 날, 국내법 무력화 촉각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결국 구글이 예고한 앱 퇴출 디데이(D-day)가 왔다. 구글은 오늘(1일)부터 인앱결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앱을 앱마켓 구글플레이에서 퇴출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전세계 최초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을 시행한 한국에서, 국내법을 우회해 사실상 무력화하는 시도다. 국회는 반발하고 있다. 구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개발사들은 콘텐츠 이용료를 인상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책임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초 구글은 지난해 10월 인앱결제(앱 내 결제) 정책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회는 앱마켓 관련 이용 사업자와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앱 마켓 사업자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 7건을 여야 의원 입법으로 발의 후 지난해 7월 통합대안으로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러한 가운데 구글은 인앱결제 정책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결제시스템 기술적 업데이트 문제로 6개월 연기 후 올해 4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는 인앱결제강제금지법 또는 구글갑질방지법 등으로 불리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지난해 9월 공포‧시행했다. 구글은 제3자 결제 허용 등 개정법을 준수하겠다고 애플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법 준수를 위한 구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환영했으나, 구글 셈법에 완전히 당한 셈이다.

구글은 구글 인앱결제와 개발자가 선택한 제3자 결제방식을 동시 제공하고, 이용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사용하도록 했다. 국내법에서 요구하는 외부결제인 제3자 결제방식을 도입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이용할 때 구글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인앱결제보다 4%포인트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외부 전자결제대행업체(PG)와 카드사 수수료, 결제시스템 구축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인앱결제 때보다 부담이 커진다. 인앱결제 수수료는 비구독앱은 최대 30%, 구독 앱은 최대 15%다.

문제는 그동안 수수료를 내지 않았던 개발사들까지 인앱결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아웃링크를 통한 웹결제를 완전히 금지했기 때문이다. 웹툰, 음악스트리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앱들은 구글플레이에서 웹결제를 지원해왔다. 이는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구글이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 양자택일을 하지 않으면 4월부터 업데이트 금지, 6월부터 앱 퇴출을 하기로 한 상태라 울며겨자먹기로 구글 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콘텐츠 앱들은 모바일 웹‧PC 결제 가격을 유지하지만, 앱 내 결제 가격을 20%가량 인상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연간 최대 23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을 만들었더라도, 민간기업 수수료에 관여하기란 쉽지 않다. 제3자결제방식까지 고율 수수료를 부과해 실질적으로 입법 효과를 무력화하고 있음에도, 법률로 수수료를 규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위는 프랑스 상사법원 판결 사례 등을 참조해 구글플레이 불공정 약관(30% 수수료 포함) 등과 관련해 규제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전혜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실태점검을 통해 가발사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다른 사례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구글이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일반 소비자 피해가 증대되고 있다”며 “현행법에서는 수수료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부분은 없다. 불합리한 수수료 부과로 인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실태점검 중이다. 사실조사로 곧바로 전환하지 못한 이유는 피해사실 입증 부문 때문이다.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발생해야 제재를 염두에 놓은 사실조사로 넘어갈 수 있는데, 국내 앱 개발사들은 구글 눈치에 신고를 꺼린다. 사업 생존이 걸려 있는 만큼, 구글플레이에서 앱이 빠지거나 불이익을 당할 바에야 구글 정책에 따르고 신고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방통위가 제재하더라도 구글이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전으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불이익 조치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어떤 행위를 했을 때 현실화된 위험이 예견됐으니 법적 검토를 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이번 상황은 좀 특별하다. 정책 변경을 통해 법 위반 가능성의 위험성이 현실화됐다”며 “즉각적인 현실화된 위험이기에, 실제 삭제 과정까지 안 가더라도 위험이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책변경으로 효력을 발휘했다면, 구체적 변경이 없더라도 충분히 조사하고 처분할 수 있는 개인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최초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축포를 터트린 국회에서도 분노하고 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구글 청문회까지 시사했다. 김 의원실은 이번주 구글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추가적인 입법을 추진하고 미국‧유럽연합(EU) 등 해외 입법기관, 규제당국, 비정부기구(NGO)들과 연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승래 의원은 “국회가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 이른바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이자 국내 법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웹툰협회‧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업계와 국회는 방통위에게도 책임을 돌렸다. 구글 앱 퇴출 예고날이 밝았으나, 방통위는 실태점검 외 별다른 적극적 조치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시행령을 만들 때부터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탄식하고 있다.

웹툰협회는 “방통위가 시행령에 구체적인 금지행위를 명시했어야 했다. 구글 횡포도 기가 차지만 업계 규범 타령만 늘어놓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방통위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승래 의원은 “방통위는 사후조사 타령만 하며 의무를 내팽개치고, 힘없는 창작자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 조치에 방통위는 부처 사활을 걸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안으로는 공정위와 협업하고, 밖으로는 해외 규제기관과 공조해야 한다. 더이상 제 역할을 방기하지 말고 적극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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