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 공개한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역량 강화를 공약했다. 전통적인 국가안보 영역에서 경제안보·국민생활까지 확장 추시엔 국가배후 조직 및 국제 해킹조직의 위협에 대응하는 사이버안보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공약은 현재 민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공공기관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군은 국방부 등으로 분산돼 있는 사이버보안 지휘체계를 대통령 직속 국가사이버안보위(이하 사이버안보위)로 통합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한다. 기관별 역할 등을 규정한 법령 제정을 추진하고 기관간 협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출범 10일이 지난 현재, 사이버안보위의 구상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사이버안보위에는 과기정통부, 국정원, 국방부, 외교부 등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중요 역할을 맡을 국정원장의 인선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6일 김규현 국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이후 사이버안보위 구성에 대한 논의에 속도가 붙을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선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됨에 따라 특정 기관이 운전대를 잡는 것에 비해 반발은 적겠으나, 위원회 내부에서도 어느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할지 등에 대한 기관별 ‘힘겨루기’는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았다.
현재 구조에서 사이버안보위가 신설된다면, 핵심 역할을 맡는 것은 과기정통부와 국정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사이버안전센터 및 산하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민간 영역을, 국정원은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를 통해 공공 영역을 보호하고 있다. 사이버보안 관련 가장 높은 전문성을 지닌 기관들이다.
다만 유관기관들 사이에서는 ‘국정원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작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의 지휘봉을 국정원에 맡기는 국가사이버안보법이 발의했다. 이와 관련 경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국방부, 과기정통부 등은 관계부처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특정 부처가 민간 협·단체에게 국정원 중심의 사이버안보법 반대 의사를 표명해달라는 요청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문제는 건설적인 토론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에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럴수록 중심을 잡고 사이버안보위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누군가가 필요한데, 현재 이를 도맡을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제안했던 ‘과학교육수석’ 신설 무산이 뼈아픈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사이버보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그림이다. 국가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또 대통령의 핵심 공약 이행을 위해 늦지 않은 시간 내 사이버안보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