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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문도앓이’ 일으킨 빨간맛 로맨스, 웹소설 ‘러브어페어’ 이유진 작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동생, 여자주인공 이선우는 사인을 찾기 위해 서도그룹 막내딸 서유라의 입주 트레이너로 잠입한다. 물을 퍼붓고 모욕적인 언사에도 흔들림 없이 지내던 선우는 서도그룹 재벌3세 서문도가 동생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녀는 그날의 진실을 알기 위해 오만하고 거침없는 남자주인공 서문도를 유혹하기로 한다.

이선우와 서문도의 진하고도 독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러브 어페어’는 네이버시리즈 인기 웹소설로 1일 기준 923만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독점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로맨스 장르 1위를 차지한 러브 어페어는 완결 후에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1000만 웹소설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로맨스 웹소설 입문작으로도 손꼽히는 작품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문도앓이’를 일으켰다.

이같은 인기 웹소설을 집필한 작가는 누구일까? <디지털데일리>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유진 작가를 만났다. 이유진 작가는 ▲1번 국도 ▲사랑의 새싹약국 ▲길티 플레져 ▲퍼스널 쇼퍼 등을 통해 웹소설 업계에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어렸을 적, 이 작가는 도서 대여점과 도서관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초등학생이었다. 신간만 나오기를 기다릴 정도로 더 이상 읽을 글이 없자, ‘목 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직접 글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연재처를 통해 글을 처음으로 쓰면서, 첫 작품을 완결까지 마무리하고 또 다음 작품을 이어나가고 그러다가 ‘러브 어페어’를 만나게 됐다.

이 작가는 러브 어페어를 쓰면서 서문도 캐릭터를 끌고 나가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으며, 웹소설 독자 특성을 고려해 구성에도 신경을 썼다. 작품 자체는 긴 장편 소설이지만, 독자들은 한 회 한 회를 클릭해서 읽는 웹소설이다보니, 매편 재미를 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다.

“서문도는 제 남자 주인공 중 가장 저항이 셌던 캐릭터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제가 아무리 이쪽으로 가자고 외쳐도 주인공이 고집을 피우며 버틸 때가 있는데요. 러브 어페어는 유난히 그런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캐릭터가 강했기에 호흡이 긴 글을 끝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작가는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그 역시 “글로 한 달에 150만원만 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웹소설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만큼, 경쟁도 심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본인만 잘 해 낸다면 웹툰화, 드라마화 등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노트북과 글을 쓰는 자기 자신 둘 뿐입니다. 자리를 잡은 기성 작가와 무수한 신인 작가를 뚫고 인지도를 얻기는 무척 힘들어요. 기회가 열려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바닥도 깊습니다. 1년에 수억원을 벌 정도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물론 많겠죠. 보통은 전업 작가보다는 겸업으로 시작하시길 권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용감한 도전을 하는 신인 작가 분들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들이 많아지고, 재미있는 글이 많아진다는 건 작가로서도 독자로서도 행복한 일이니까요.”

다음은 이유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웹소설 작가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독자로서의 역사가 길어요. 초등학생 때 만난 만화를 시작으로 도서 대여점과 도서관을 탈탈 털어서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더는 읽을 작품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버렸고 그 뒤로는 신간만 기다리며 살았는데요,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리다 어느 날 문득 제가 써버리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 격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로맨스 소설은 독자와 작가의 경계가 아주 가까운 편이에요. 다른 직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아주 낮습니다. 연재처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작가가 되는 첫걸음입니다. 다른 무엇도 필요하지 않아요.

저 역시 그렇게 시작을 해서 한 분 두 분씩 읽어주시는 분들이 생겼고, 신이 나서 더 쓰고. 그렇게 이게 정말 되나? 어라? 하면서도 첫 작품을 완결까지 쓰고, 그 다음 작품을, 또 그 다음 작품을 쓰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Q. 러브 어페어는 누적 조회수 900만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 웹소설로 알려졌는데요.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만두 문도, 딸기 문도, 청개구리 문도, 막말 문도 등의 별명을 얻게 된, 순정 호구 서문도가 인기 비결 같습니다. 서문도는 제 남자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저항이 셌던 캐릭터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제가 아무리 이 쪽으로 가자고 외쳐도 주인공이 고집을 피우며 버틸 때가 있는데요, 러브 어페어는 유난히 그런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글 전체가 서문도를 핸들링하는 과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두 주인공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글을 봐주시는 출판사 대표님이 문도 고집 진짜 대단하다고 두 손을 들 정도였습니다. 돌아보면 그만큼 캐릭터가 강했기에 이렇게 호흡이 긴 글을 끝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빨간맛 로맨스, 몰입감 있는 작품 전개에 대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러브 어페어를 쓰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요?


▲러브 어페어는 연재로 서비스되는 작품이기에 구성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연재 형식의 글은 작품 자체는 긴 장편 소설이지만 읽으시는 분들은 한 회 한 회를 클릭해서 읽기 때문에 편편마다 재미를 주면서도, 다음 편이 궁금할 수 있도록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큰 숙제이거든요.

특히 초반 10회차까지 가장 신경을 많이 씁니다. 중‧후반부를 아무리 잘 쓰고, 재미있게 썼다고 해도 초반에서 독자분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읽혀질 기회조차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쉽게 이해가 되고, 캐릭터가 선명하게 와 닿으며 “그래서 얘네 둘이 어떻게 되는 건데?”라는 호기심이 생길 수 있도록요.

러브 어페어의 경우 초반 6회차 정도의 분량이 삭제됐습니다. 20회차 쯤 썼을 때, 플랫폼에 소개 원고를 보내며 1회차 정도를 줄였고 100화쯤 진행됐을 때 전체적으로 다시 읽어보면서 장면을 다듬어 2회차 정도 더 줄였습니다. 거기가 끝이겠지 했는데, 출시 직전 최종 완결고를 읽어보다가 초반 6~14화까지가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편집부와 의논 끝에 재수정에 들어갔습니다.

초반에 시선을 잡아두는 것에 노력한다면, 중반에는 서사를 충분히 쌓아주고, 후반에는 감정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니 뒷부분은 힘있게 끌고 가야 하는 장면들이 많아지는데요. 연재는 짧은 시간 틈을 내서 쓱쓱 읽으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읽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어렵게 꼬아진 묘사나 수식이 많은 문장은 가능한 줄이려고 합니다. 문장 호흡도 길게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그래도 늘 아쉬움이 남지만, 제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다듬어서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러브 어페어 이외에도 여러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꽃이 피는 봄이라 그런지 ‘1번 국도’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납니다. 살랑살랑 봄바람 불어오는 기분으로 썼던 작품인데,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 근처 조치원 고복 저수지를 배경으로 썼는데요. 인근 지역에 사신다며 반가워하신 분들이 많았고, 두 주인공들이 다녔던 음식점들을 다녀오셨다고 알려주신 분들도 많았어요. 한 편의 글을 통해 같은 계절과 같은 풍경을 공유하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Q. 웹소설은 웹툰과 영상 등 주요 지적재산(IP)으로 활용되며,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웹소설 작가로, 이런 환경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지요?

▲아주 많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웹소설의 경우 웹툰화가 아주 활발한 것 같고, 그렇게 웹툰화된 작품들이 플랫폼을 통해 번역이 돼 해외로 서비스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로 제작되는 작품들도 전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아요.

웹툰이나 영상화 제안이 오면 정말 기쁘기도 하지만 그만큼 두려움도 있습니다. 저 혼자 쓰면 됐던 웹소설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만들게 되거든요. 투입되는 자본과 인력의 규모도 다릅니다. 그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는 걱정도 있고요. 소설이라는 형식에 어울리는 내용의 글이 그림이나 영상으로 나왔을 때 매력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원작자가 봐도 흡족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계약이 된다 하더라도 이후에 생각지도 못 한 여러 변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2차 계약을 할 때는 최대한 신중히 한 뒤,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잘 되기를 바라지만, 아니라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요.

작품에도 타고난 운명 같은 것이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2차 계약이 된 이후에는 그 작품의 운명에 따라 흘러간다고 생각을 해요. 최선을 다해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이고요. 환경이 변한다 하더라도 글을 대하는 제 마음은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찰떡같이 잘 나온 경우엔 정말 기뻐요. 제 작품 중에서는 사랑의 새싹약국이 웹툰화가 되었는데요, 목요일만 기다립니다. 너무 재밌어요.

Q. 최근 웹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콘텐츠 사업자들도 더 많은, 경쟁력 있는 웹소설 IP를 원하고 있고요. 지망생들을 위해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의 장단점을 공유해주신다면요?

▲웹소설은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의지만 가진다면 누구에게나 길이 열려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노트북과 글을 쓰는 자기 자신, 둘 뿐이니까요. 거기다 본인만 잘 해낸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어요. 웹툰화, 드라마화의 가능성도 높은 편이고요.

이런 점은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의 큰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도 됩니다. 진입이 쉽다는 것은 경쟁자도 많다는 뜻입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기성 작가와 무수한 신인 작가를 뚫고 인지도를 얻기는 무척 힘들어요. 기회가 열려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바닥도 깊습니다. 모든 직업들이 그렇겠지만, 일 년에 수 억을 벌 정도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물론 많겠죠.

매 순간 진지하게 전력을 다해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님들이 넘쳐납니다. 기회가 열린 만큼 버텨내기도 쉽지 않아서 보통은 전업 작가보다는 겸업으로 시작하시길 권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도전을 하는 신인 작가 분들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들이 많아지고, 재미있는 글이 많아진다는 건 작가로서도 독자로서도 행복한 일이니까요.

Q.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면서 수익은 어떤가요?


▲출판소설 중심에서 이북 중심의 웹소설이 부흥하고, 보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된 지가 얼마 안 됐거든요. 글 써서 한 달에 150만원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에 비하면 넘치도록 많은 돈이라 매달 감사하며 받고 있습니다.

Q. 독자 반응은 어떻게 살펴보나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출시 후 일주일 정도 순위와 판매추이, 구매하신 분들의 댓글이나 감상문을 확인합니다. 순위와 판매로 대중성을 가늠하고요. 댓글이나 감상문으로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잘 썼는지, 부족했던 점과 과했던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요. 다음 글을 쓸 때 참고가 될 수 있도록요.

‘러브 어페어’는 완결까지 한 번에 올리지 않고, 후반 40편을 2주 정도 연재를 했는데요. 연재 중에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았습니다. “연참(여러 회차를 한 번에 올리는 것)이 뭔지 퇴근하고 집에 와서 롱패딩을 50분 입고 있었다”는 댓글이랑 “유라한테는 입주 트레이너가 아니라 오은영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댓글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Q. 차기작은 준비 중이신가요? 계획 중이라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차기작은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본편 완결에 이어 외전, 특별 외전을 써야 했고 단행본으로 묶는 작업도 남아있어요. 새 글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엔 ‘러브 어페어’와 아직 헤어지지 못했어요. 일단은 무한한 가능성만 열어놓고 있습니다. 소품 형식의 단권이 될 수도 있고, 로맨틱 코메디가 될 수도 있고, 최초로 도전해보는 서양 시대물이 될 수도 있고요.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요?


▲잠시나마 팍팍한 현실을 잊고 혹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것이 저의 변함없는 목표입니다. 글을 열어보신 독자분들이 “아니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겠고요. 읽는 동안 가슴도 찌릿찌릿했으면 좋겠어요. 울컥 눈물도 났다가 피식 웃음도 났으면 좋겠습니다. 남자 주인공도 됐다, 여자 주인공도 됐으면 좋겠고요. 글을 덮을 때는 그래, 이 맛에 로맨스 소설 읽지, 이런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계획은 일년에 한 작품은 하는 것. 장편을 쓰면서부터 무척 이루기 어려워진 일이 됐는데요. 올해 말쯤엔 새 글을 시작하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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