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매일 오전 10시마다 시간 맞춰 시도하는데, 아직 단 한번도 성공 못했어요.”
20대 A씨(여)가 매일 아침마다 신청하는 건 다름 아닌 ‘유전자 검사’다. 콘서트 티켓팅, 수강신청보다 어렵다는 유전자 검사라니,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MZ세대서 각광받는 유전자 검사… 왜?
최근 자산 관리 앱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출시, 매일 오전 10시에 700명 한정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신청에 성공하면,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매일 수 만명의 이용자가 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비스 신청 경쟁률은 30대 1정도다.
알고 보니 주 이용층은 20대와 30대인 ‘MZ세대’였다. 최근 개인의 종합적 성향을 분석하는 MBTI의 유행에 힘입어, 성격뿐만 아니라 이제는 유전자 특징에도 관심을 보이는 MZ세대에게 특히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무한 경쟁의 시대,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능력에 대한 갈구과 호기심이 MZ세대에게 '유전자 검사'까지도 큰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
이같은 취향을 반영, 유전자 검사의 방식과 결과 안내도 최신 트렌드에 맞춘 모습이다.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택배로 유전자 검사 키트를 수령한 신청자는 간단히 본인의 타액을 채취한 후 이를 분석기관으로 보내면 된다.
유전자의 장단점을 보여주는 설명도 ‘카드’ 형태로 알기 쉽게 제공된다.
예를 들어, 알코올 분해력이 높은 이용자에게는 ‘타고난 술고래’ 카드가, 운동을 조금만 해도 살이 빠지는 체질의 이용자에게는 ‘모태 다이어터’ 카드가 보여지는 방식이다.
◆검사비 전액 무료… 내 유전자정보, 안전한 걸까?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 결과는 탈모, 비만, 수면습관 등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담고 있는 데다가 검사 비용도 고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mydata) 서비스에 중점을 두다가 돌연 유전자 검사에 투자하는 뱅크샐러드의 행보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이는 단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다. 데이터 처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IT기업일수록 ‘개인 맞춤형’ 건강정보가 핵심이 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10월 유전체 분석업체 ‘마크로젠’과 서비스 제휴를 맺으며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준비해왔다.
뱅크샐러드 측은 개인정보 관리에 대해 "고객 데이터는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추가 동의 없이 제 3자(다른 업체)에게 절대 제공되지 않는다"며 "뱅크샐러드는 엄격한 보안 심사를 거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인가를 받은 업체며, 금융기관에 준하는 보안체계로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뛰어드는 국내외 'IT 기업’
미국 전역에 ‘아마존 케어’를 런칭한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를 활용해 원격의료 상담 및 방문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자사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와 핏빗 등을 통해 이용자에게 건강정보를 측정, 제공하는 것도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이는 비단 해외에서만 가능한 사례는 아닐 것이다.
현재 뱅크샐러드 뿐만 아니라 국내 IT ‘공룡’ 카카오와 네이버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 법인을 신규 설립했고, 네이버도 ▲아이크로진 ▲사운드짐 ▲엔서 ▲휴에리포지티브 등 다수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디지털헬스 산업은 625조원 규모로 성장 가능하다. 향후 국내 IT기업들이 과연 ‘미래 먹거리’ 디지털 헬스 산업에서 지위를 선점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