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네덜란드 ASML 수장이 재차 방한했다. 작년 11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한국 투자 상황을 점검하고 국내 고객사 및 협력사와 교류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뇌부를 만날 예정이다.
ASML은 반도체 노광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다. 노광은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단계다. 빛을 쏘아 패턴 형성하는 과정으로 반도체 전체 생산 시간과 비용에서 각각 60%와 35% 내외를 차지한다.
ASML은 극자외선(EUV)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본 니콘, 캐논도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EUV는 차세대 노광 기술로 관련 설비는 ASML이 독점 중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를 도입하면서 ASML의 한국 매출 비중은 30%를 상회하고 있다. 문제는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점. 지난해 기준 42대를 출하했다. 대만과 미국 업체도 EUV 장비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네덜란드를 찾아 ASML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EUV를 계기로 ASML의 불화크립톤(KrF)과 불화아르곤(ArF) 장비 구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ASML도 한국을 주요 시장 중 하나로 꼽으며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베닝크 CEO는 지난 11월 우리나라를 찾아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4년까지 경기 화성에 1500명 수용이 가능한 오피스와 DUV·EUV 트레이닝센터, 재제조 센터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한국법인 직원도 지속 늘릴 방침이다.
이번 방한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베닝크 CEO는 서철모 화성시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베닝크 CEO는 “화성시의 지원 덕분에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캠퍼스 구축과 더불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사들과는 장비 수급 이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도체 장비 업계는 부품 조달 차질 등 공급망 붕괴로 생산라인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조기 주문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