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게임·정보기술(IT) 업계에서 시작된 개발자 채용 경쟁이 이커머스 업계로 확산됐다. 모든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유통채널에도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기술 중요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양질 개발자를 구하기 위해 업계는 수억원 규모 스톡옵션·사이닝보너스를 제시하거나 아예 채용 절차를 지원자 맞춤형으로 개편하기도 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온라인·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던 전통 유통 공룡들도 지난해 말부터 이례적으로 대규모 IT분야 직군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 업력 긴 유통 대기업도 “IT인력 대규모 공채”=TV홈쇼핑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을 선언한 CJ온스타일은 지난 1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세자릿 수 IT 인력 공채에 나섰다. 롯데온도 지난해 12월 IT·사용자경험(UX) 직군 경력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역시 세자릿수 규모로 롯데온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GS리테일도 이커머스 전 사업영역을 총괄하는 디지털커머스 비즈니스유닛(B/U)에서 대규모 경력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오랜 유통 업력을 가진 대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이들은 IT분야 성장성과 함께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대기업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연봉·처우 등을 강조하면 다른 직군 직원들에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IT인력 처우 등은 능력에 따라 개별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은 이커머스 조직을 세분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인프라 전환을 위해 200억원을 들여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MSA)를 도입하고, 협업 툴을 도입했다. 롯데온 개발직군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고 자기계발지원금 및 AWS 정규 교육을 지원한다. GS리테일은 온·오프라인 최대 25% 임직원 할인혜택과 자기계발비, 자녀 생애주기별 지원제도를 강조했다.
◆주 32시간 근무부터 억대 스톡옵션...IT플랫폼 ‘파격’ 조건=이제 막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IT플랫폼 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 회사 성장이 개발자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보다 능력있는 개발자 채용을 위해 더 ‘파격적인’ 조건들을 제시한다. 연봉 외 별도로 지급하는 억대 사이닝보너스나 임직원 동기부여가 되는 스톡옵션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이외에도 회사를 다니며 만족을 최대화하도록 복지제도도 강화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약 300여명 이상 기술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 시작한 주 32시간 근무로 업무 자율성을 높이고, 1년 만근 시마다 성과에 따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 주식을 무상 지급한다. 근속 2년 조건을 채우면 기본 연봉 20%를 사이닝보너스로 주고, 재택근무 환경을 위해 고가 사무용품을 자택 발송한다.
패션 플랫폼 브랜디는 개발 인재 대상 사이닝 보너스 1억원과 스톡옵션 1억원 등 최대 2억원 상당 혜택을 제시했다. 이뿐 아니라 업무환경을 위해 500만원 상당 PC구매 장비 포인트, 연간 300만원 상당 식대 포인트·통신비 지원, 급여일 조기퇴근 등을 내세웠다. 에이블리도 입사제에게 최대 1억원 사이닝보너스와 무제한 식대 제공, 유급 리프레시 휴가, 유연근무제를 적용했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시니어급 개발자에게 사이닝보너스 1억원 또는 스톡옵션 2억원 혜택을 제공한다. 주니어와 미들급 개발자에겐 스톡옵션 최대 1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시차출퇴근제나 3년 근속 안식휴가와 선물, 휴양소 할인 지원 등 복지제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IT플랫폼 업체들은 대기업 유통업체와 달리 사업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다른 보상이 필요하다”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우수 개발자를 데려오기 위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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