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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리스크①] 러시아 제재에 니켈 가격 '폭등'…배터리 업계 초비상


- 러시아, 니켈·알루미늄 등 ‘원료 무기화’ 가능성 제기
- 전기차 시장 원가 부담 ‘도미노 상승’ 우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쇼크’가 발발했다. 전 세계 니켈 물량의 약 10%를 담당하는 러시아가 전쟁에 나서면서 조달 차질이 불가피해진 영향이다. 미국 주도 에너지 수출 제재 본격화 시 러시아가 보복 조치로 주요 광물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배터리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8일(현지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니켈값은 한때 전장 대비 111% 급등해 역대 최고가인 톤당 10만1365달러까지 치솟았다. 니켈 선물 가격은 이틀 만에 131% 오름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례 없는 증가세에 LME은 니켈 거래를 중단시켰다. LME은 지난 7일 장 마감 이후부터 거래 정지 전까지 이뤄진 계약을 조정하거나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니켈은 배터리 원가 50% 내외를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 원료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주로 쓰는 양극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조합이다. 이중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국내 3사는 니켈을 90% 이상 함유한 양극재를 배터리에 적용하는 등 니켈 사용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작년 니켈 몸값은 전년대비 2배 이상 뛰었다.

이미 상향된 니켈 가격은 러시아 사태로 재차 폭등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한 데 이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러시아가 니켈 등 배터리 필수 소재를 무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순도 니켈 시장점유율 20%에 달하는 러시아 광산업체 노르니켈 등이 자국 조치에 따를 예정이다. 배터리 및 양극재 제조사는 “사전에 니켈 공급처 다변화를 진행했으나 상황이 길어지면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알루미늄도 영향권이다. 전 세계 알루미늄의 약 6%는 러시아에서 나온다. 니켈과 같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루미늄은 배터리 최종 단계인 팩 핵심 소재이며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파나소닉 등이 쓰는 양극재에 알루미늄 투입량이 늘고 있다.

통상 원료 거래는 중장기 계약으로 이뤄지는 만큼 단기적 영향은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소재 - 배터리 - 전기차로 이어지는 연쇄 가격 상승 시나리오가 촉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터리 원가를 낮춰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완성차업체의 계획이 무산되는 셈이다.

간접적인 악재도 상존한다. 러시아 규제에 따라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판매가가 급등했다. 이는 코로나19로 대폭 증대된 물류비의 추가 상승을 암시한다. 배터리 공급망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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