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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갈등②] 원자재 쇼크 불가피…반도체·배터리, 더 비싸진다

- 네온·니켈 등 핵심 소재 조달 차질 후폭풍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내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재 공급망 붕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단기적 영향은 미미하다던 업체들은 촉각을 기울이는 중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으로 반도체·배터리 주요 원자재 조달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침공 시발점으로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추진이 꼽힌다. 이에 24일(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파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갈 분위기다.

당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은 두 나라에서 사들이는 원료 재고 비축, 공급처 다변화 등을 이유로 ‘당장 영향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길어지면 장담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무역협회 분석 결과 지난해 수입한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23%)와 러시아(5.3%)산이다. 네온은 반도체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 공정에 활용된다. 같은 기간 중국 비중(66.6%)이 가장 큰 만큼 긴박한 문제는 아니지만 약 30% 물량 수급이 원활해지지 않으면 비용 부담이 올라가게 된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쓰이는 크립톤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의존도는 각각 30.7%, 17.5%로 총 48.2%다. 절반 정도를 양국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공급망이 흔들리면 생산라인 정상 가동이 어려워진다. 이외 크세논(20% 내외) 등도 우크라이나에서 적지 않은 양을 매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분야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두 나라에서 니켈 알루미늄 리튬 망간 등 주요 소재가 나오는 탓이다. 러시아의 경우 전 세계 니켈 10%, 알루미늄 13%를 담당하고 있다. 망간 22%는 우크라이나에 매장돼 있다. 이미 원료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추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피해도 예상된다. 나프타(25.3%) 원유(24.6%) 천연가스(9.9%) 등 부문에서 러시아 수입 비중이 70% 이상으로 추산된다. 다른 국가에서 대체품을 들여오더라도 공장 가동 비용 등 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해외 기업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노광장비 업체 네덜란드 ASML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받는 네온 등 희귀 가스는 20% 이하 수준”이라면서도 “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 조달처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메모리 3위 미국 마이크론은 “가스 확보 경로를 다양화했으나 두 나라 충돌로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주요 협력사와 장기 계약을 추진하고 중단 없는 납품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반도체와 배터리 몸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공급 불균형, 물류비 및 원룟값 증가 등으로 상승세였던 가격 흐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는 국내 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러시아 데스크’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러시아 데스크는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전략물자관리원 내 설치된 조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 기업의 불안 우려를 없애기 위해 공급망 안정성 유지에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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