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 곁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반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기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그 이유를 격주 금요일마다 전달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해가 길어지고 바람이 미지근해질수록 에어컨의 찬바람이 간절해집니다. 최근에는 에어컨 없는 집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그렇지만 불과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에어컨 보급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995년 국내 에어컨 보급률은 가구당 0.13대였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과 더운 날이 지속되며 에어컨을 사용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죠. 24년 뒤인 2019년에는 가구당 0.97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가구 중 13대에서 100가구 중 97대로 성장한 셈인데요. 그렇다면 에어컨은 언제 인류 곁으로 왔을까요? 또 국내 첫 에어컨은 어떤 제품이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902년 탄생…미국 중심으로 보급 시작=올해로 에어컨은 정확히 120살이 됐습니다. ‘에어컨의 아버지’는 미국의 윌리스 캐리어라는 인물입니다. 오늘날 캐리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죠.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캐리어는 히터와 송풍기를 제조하는 버팔로 조지에 입사한 뒤 난방 시스템을 담당했습니다.
캐리어는 증기 기관의 수증기를 보고 ‘수분을 안개로 만들 수 있다면 공기 내 열과 습도를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기존 다루던 난방 시스템 원리를 이용했죠. 따뜻한 공기가 아닌 냉매를 통해 시원한 바람이 나오도록 고안했습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02년 처음 에어컨의 원리를 가진 기계가 탄생했습니다.
이후 캐리어는 1915년 캐리어엔지니어링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에어컨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어컨은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했는데요. 1920년대 중순에는 백화점과 극장에, 후반에는 미국 의회와 백악관에 에어컨을 들이며 점점 우리 곁으로 오게 됩니다.
한편 에어컨을 발명한 사람은 캐리어지만 에어컨이라는 이름을 붙인 인물은 따로 있죠. 바로 방직공장을 운영하던 스튜어트 크래머인데요. 크래머는 ‘에어 컨디셔닝’이라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1906년 처음 발표했습니다. 이후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 에어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죠.
◆국내 에어컨 시초는 ‘창문형’…최근 재등장=현재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에어컨은 스탠드형 또는 벽걸이형 에어컨이죠. 그렇지만 국내 첫 에어컨은 두 가지 형태 모두 아닙니다. 국내에서 처음 등장한 에어컨은 바로 실외기와 실내기가 일체형인 창문형 에어컨인데요. 1968년 LG전자(당시 금성사)의 ‘금성사 창문형 룸에어컨(GA-111)’이 그 주인공입니다.
GA-111는 자동 온도조절장치와 회전식 방향조절기를 갖췄는데요. 이 제품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에 주요 부품을 받아 조립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0년 말부터 LG전자는 직접 부품을 생산해 제작에 나섰죠.
삼성전자의 첫 번째 에어컨 역시 창문형이었습니다. 1974년 삼성전자는 ‘SRA-120W’를 출시했죠. 창문틀 위에 전면부를 실내로 후면부는 실외로 걸쳐 올려 사용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오늘날 에어컨 판매 대수는 연간 200~250만대 수준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스탠드형과 벽걸이가 주류지만 최근에는 창문형 에어컨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데요. 파세코를 필두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창문형 에어컨을 시판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등장한 만큼 반가움을 표하는 소비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에어컨은 여름철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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