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차기 정권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가 당장 적용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와 국회의 극적 합의로 세액공제에 근거가 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여기엔 정작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세액공제의 조건으로 요구한 OTT 사업자에 대한 정의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관문인 기재부에서 해당 법안을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의 근거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조특법 운명도 결정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디어 업계는 OTT에 대한 지원 방안으로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요청해왔다.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현행법은 영화·방송 콘텐츠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진 OTT 콘텐츠 제작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할 법적 근거가 미비했다. 조특법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사업자가 먼저 특정돼야 하는데, 신규사업자인 OTT의 경우 사업자 정의가 담긴 법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액공제의 근거가 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OTT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방통위의 반대로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1월25일 과방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가운데 기존 과기정통부 개정안과 추경호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통합 심사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반대했다. OTT 사업자에 대해 추경호 의원안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정부안은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한 가운데 방통위는 새로운 법적 지위를 신설할 경우 규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정부안과 추경호 의원안을 통합하되, 추 의원안의 'OTT 사업자 지위 정의' 조항을 'OTT 역무 정의'로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이렇게 개정안은 국회 통과만을 앞둔 가운데 추후 기재부가 법안을 조특법의 근거로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법안에서 OTT에 대한 명확한 사업자 정의를 요청한 것으로 업계를 통해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자든 역무 정의든 상관은 없다”라면서도 “다만 조특법은 조세법률주의 때문에 세액공제 대상자인 OTT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의를 근거법에서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법안이 계류 중인 상황으로 해당 법안이 조특법에 근거가 될 수 있다, 없다 단정짓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OTT에 대해 법적으로 처음 정의하는 단계로, 자구가 좀 나와야 어느 범위까지 포섭할 수 있는지 기재부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세액공제가 지체될 경우 정부 부처들 역시 비난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OTT를 둘러싼 부처 간 관할권 다툼으로 지원 방안 마련도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현재 OTT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세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세 부처는 모두 OTT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며 부처 영역으로 편입시키고자 신경전을 벌여왔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OTT를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방통위는 OTT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중 플랫폼서비스로 분류한다는 내용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제정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내 사업자 지위 조항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방통위가 반대한 것도 결국은 이런 부처 간 신경전의 연장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적 목표는 OTT 사업자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세액공제”라며 “콘텐츠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세제지원의 폭이나 실효성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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