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우리나라 최대 산업군으로 반도체가 꼽힌다. 연간 수출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제2의 반도체로는 배터리 부문이 부상 중이다. 두 분야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업체 간 경쟁을 넘어 국가대항전으로 확산했다. 미국은 트럼프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 반도체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워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중국도 자국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등 자생력 키우기에 한창이다. 유럽과 일본도 관련 법안을 제정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대만, 인도 등도 반도체 지원법 구축에 나선 상태다.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은 역내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해 분주하다.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는 주요국 세제 혜택 등을 따져보면서 연달아 증설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에서 정책지원과 생태계 조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유력 대선후보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시장을 강조하면서 육성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해당 분야 특화단지 또는 클러스터를 세우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다만 현실성이 떨어져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약속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설립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너도나도 만든다는데…산업계 의견 반영됐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경기 남부권에 반도체 허브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판교에서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를 육성하고 화성·오산·기흥·평택·이천을 반도체 거점 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미개발·낙후 지역에 4차산업 연구개발(R&D) 단지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반도체 전진기지로 경기 안성과 용인을 내세웠다. 전남 광주에는 차량용 전력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두 후보는 나란히 충북 지역에 배터리 생산거점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청주 오송 등 기존 배터리 관련 업체 근거지와 연계하겠다는 의도다. 녹색산업에 무게를 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배터리 분야에서 이 후보, 윤 후보와 유사한 공약을 내걸었다.
관건은 기업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느냐다. 윤 후보 등이 반도체 공장·R&D 센터 등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이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반도체 사업장 등에 들릴 때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후속 조치가 이행된 적은 거의 없다. 일시적 이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미 판교는 테크노밸리가 자리 잡았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R&D 센터 등이 들어서고 있다. 경기 남부권은 현 정부에서 이미 ‘K-벨트’ 확립을 공언한 가운데 평택과 용인 등지에서 클러스터 형성을 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권 주자들의 공약이 허울 좋은 제안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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