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 ‘돈 버는 게임(Play-to-Earn, 이하 P2E)’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각인 가운데, 규제 완화를 위해선 청소년 보호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규제 당국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법에 근거해 P2E 게임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산업 성장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다.
이용자 사이에서도 의견은 팽팽하게 갈린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건 이용자 자유라는 게 먼저다. 반면 게임이 재미가 아닌 돈으로 귀결되면 사행성 우려가 커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게임성보다 토큰 이코노미 이슈에 치우쳐진다는 의미에서다.
또, 여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나 P2E 게임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교수)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P2E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청소년 때문”이라며 “과연 청소년이 P2E 게임에 대한 매력을 느낄 때, 어떤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감히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학생이 모바일 잠금화면에 광고를 띄워놓으면 몇 원을 소소하게 벌 수 있는 앱으로 한 달 동안 커피값 정도를 벌었다고 말했던 일화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P2E를 통해 시간당 최저임금도 못 벌지라도, 청소년에게는 그 자체가 충분한 유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P2E 게임이 청소년 보호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위 학회장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P2E 게임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선 게임사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P2E 게임은 프리투플레이(Free-to-Play) 실현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 청소년 진입 금지, 확률형 아이템 판매 금지, 게임 내 경제와 가상자산 시세 안정적 유지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현재 게임산업 상황에서 P2E 게임이 합법화되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해외 게임사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서버 오픈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이 무너져버리면 그 속에서 탄생한 NFT나 토큰도 완전히 가치를 잃어버리고, 이용자가 온전히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 학회장은 “일부 해외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많이 팔고 서버를 닫아버리는 등 ‘치고 빠지는’ 식 운영을 했던 사례처럼 게임 개발자가 가상자산을 만들어 뿌리고, 이용자 사이에서 환전이 되는 사이 게임 서버를 기습적으로 닫아버리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이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게임 외부 플랫폼과 연결된다는 점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낳게 된다고 분석했다. 게임 외연이 더 확장될 수도 있지만, 외부 요인에 의해 게임이 종속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위 학회장은 “P2E 게임은 결국 이용자 약탈이 아닌 게임사 수익을 나누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 아이템이 세상 밖으로 나와 뭔가 할 수 있는 P2E가 전체 시장이나 사회에 줄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청소년 보호 장치를 갖추는 등 단계적 적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 학회장은 국내 게임업계가 P2E 게임과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게임 등 두 용어를 섞어 쓰고 있는 부분을 예로 들며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이후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에 대해 시장 관심이 부쩍 늘면서 두 용어를 혼용하고 있어서다.
위 학회장은 “NFT는 말 그대로 고유 토큰이자 ‘집행검’ 같은 게임 아이템에 붙일 수 있는 개념인데, 코인 기반 게임을 NFT 게임으로 칭하며 일부러 혼동시키는 건 게임사들의 불순한 의도로도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그러한 점은 자칫 (게임사에게) 자책골로 먹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