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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애 손해배상 기준 ‘연속 3시간’, 이번엔 개정될까?…논의 ‘지지부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통신장애 발생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보상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해 10월 통신3사와 통신장애에 따른 손해배상 약관 개정에 나섰지만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2일 방통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 통신장애 손해배상 약관 개정을 두고 논의 중인 가운데 각사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협의에 난관을 겪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손해배상 약관을 이렇게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정부의 의견을 사업자들에 전달했다”며 “연말이기도 했고 3개 사업자가 같이 논의하다 보니 실질적인 손해배상 약관 개정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부분은 논의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0월25일 발생한 전국적인 KT 통신망 장애를 계기로 통신3사와 협의해 기존의 손해배상 약관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장애에 따른 피해보상 기준이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다.

통신사는 20년 전 규정한 이 기준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시 청원구)에 따르면 현재 초고속인터넷은 2002년 당시 정보통신부가 기존 4시간 기준을 3시간으로, 이동통신은 2001년 통신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기존 6시간 기준을 3시간으로 정했다.

현재 약관에서 가장 크게 지적되는 부분은 피해보상 기준인 ‘연속 3시간’이다. 3사는 약관에서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 주요 서비스의 손해배상은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 시간 6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이뤄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통신장애가 2시간55분 발생할 경우 이용자가 보상받을 법적 근거는 부재하다.

물론 과거에도 이런 손해배상 기준을 고치려는 시도는 있었다.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2019년 10월 이용자의 피해구제를 강화한다는 명목 하에 약관은 한차례 개정됐다. 하지만 손해배상액이 기본요금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서 8배로 상향했을 뿐 기존 논의와 달리 보상 기준은 '연속 3시간'으로 유지했다.

최근 보상 기준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개정으로 이뤄질진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약관 개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 서비스 장애 관련한 내용을 어떻게 바꾸냐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인터넷을 쓸 때 순간적으로 끊겼다가 이어지고 그러는 경우들이 있는데 모든 걸 통신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 기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에 고민스러운 부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해외 통신사업자들의 약관과 비교했을 때 국내 손해배상 약관은 타이트한 수준”이라며 “장애의 원인을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해야지 단순히 보상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은 약관이라고 볼 수 있냐”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민단체의 심사청구로 통신3사의 약관에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조사에 들어가면서 약관 협의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앞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통신3사의 손해배상 약관을 개정해달라는 취지의 불공정약관 심사 청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3사의 피해보상 기준이 사업자 위주로 작성돼 편리한 통신망 사용을 위한 이용자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가 손해배상 약관 개정에 개입하면서 보상 기준이 20여년 만에 고쳐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방통위와 통신3사 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 공정위가 약관을 시정하도록 강제력 있는 조치한다면 통신3사로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권고 조치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공정위가 나서면서 방통위도 손해배상 약관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의 자율을 존중해온 방통위 입장에선 공정위가 통신사를 상대로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 자진 시정을 최대한 이끌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통위와 통신3사가 협의 중인 부분이 공정위 조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심사 과정에서 통신3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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