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3사가 5G 28㎓ 대역 기지국 구축 과제를 사실상 완료하지 못한 가운데 정부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정부의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5G 28㎓ 대역 4만5000대를 구축하기로 했으나 이에 도달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28㎓ 기지국 수는 3사 합산 312개(준공완료 기준)로, 이행률이 0.7%에 불과했다. 지난 12월31일자로 마감 시한이 끝난 가운데, 사실상 의무구축률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통신사들이 28㎓ 기지국 의무구축을 달성하지 못하면, 과기정통부는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 할당 취소를 해야 한다. 통신사가 주파수 사용료로 낸 할당대가 6223억원은 반환되지 않는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결국 이용자 요금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신사는 애먼 돈을 날려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는 셈이다.
다만 전파법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장관은 1회에 한해 주파수 할당 취소 대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주파수 할당공고에 따르면 통신3사가 적어도 할당 조건의 10%에 해당하는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에 따르면 통신사별로 최소 1500대씩은 설치해야 하는데, 이마저 불확실하다.
이에 통신3사는 공동으로 구축해온 지하철 와이파이 기지국 수를 각사 의무구축 수량에 포함해달라며 정부에 유연한 결정을 요청해왔다. 통신3사는 전체 지하철 구간을 3개로 나눠 기지국을 500개씩 구축하는데, 공동 구축을 감안해 각자가 구축했더라도 모두가 동일하게 1500개를 구축한 것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건의를 수용했다. 최소 주파수 할당공고에 따른 할당 조건의 10%는 채울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국민 편익 측면에서 통신사 수익과 무관하게 무료의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해 통신비 부담 경감에 기여한다는 점, 통신3사 5G 농어촌 공동구축 수량도 인정한다는 점, 효율적 망 투자와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타당성이 인정된다는 전문가 자문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통신사들은 올해 4월 말로 예정된 평가 전까지 지하철 28㎓ 기지국을 구축, 준공신고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용인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통신사들은 지난 연말까지 기지국 개설신고를 우선적으로 서둘러왔다.
통신사 기지국 설치는 개설신고 후 전파관리소로부터 개설 승인을 받아 기지국을 설치한 뒤 준공신고를 하면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45일 이내 준공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부가 집계하는 기지국 숫자는 준공신고 완료를 기준으로 하는데, 통신사들은 연말까지 개설신고된 건도 수량으로 포함해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이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주파수 취소를 면할 수 있고, 다음 단계를 기약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카드다.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숙제를 마치지 않고 꼼수만 부린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사업자들은 ‘현실론’을 내세운다. 정부의 28㎓ 대역 장려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은 28㎓를 활용한 확실한 서비스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8㎓와 같은 초고주파 대역은 장애물을 뚫거나 피해갈 수 있는 회절성이 약해, 중대역보다 훨씬 촘촘이 기지국을 깔아야 한다”며 “애초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 부담도 큰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이 5G 서비스 초기부터 3.5㎓ 대역으로 전국망 구축에 집중해온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0일 주파수 할당 이행점검 기준을 발표했다. 망 구축 의무, 주파수 이용 계획서, 혼간섭 보호 및 회피계획 등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평가한다. 사업자가 의무 계획 방안을 낸 것을 토대로 내년 4월30일 이후 자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 정부가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절차대로 평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는 정해진 절차가 있고 그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 통신사들이 제출할 보고서를 보고 평가위원회가 꾸려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정부가 통신3사에 준 주파수를 다시 회수하는 수준의 강력 제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파수 회수는 정부에도 정책적 부담이어서다. 정부와 통신사가 지하철 와이파이 구축에 함께 힘써온 만큼, 사업자들의 공동 수량 인정 건의를 받아들인 것도 시정 명령 카드를 위한 단계에 돌입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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