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오늘날, 양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J.R.R 톨킨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절대반지’처럼 여겨진다. 우월한 컴퓨팅 파워를 기반으로 기존의 컴퓨터를 뛰어넘는 성능을 발휘해 모든 보안체계를 무력화하고, 슈퍼컴퓨터도 수백년은 걸릴 법한 문제도 수초 내에 풀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17일 IBM은 양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SW) 및 에코시스템에서 거든 성과를 소개하는 연례 행사 ‘IBM 퀀텀 서밋 2021’서 127 퀀텀비트(큐비트)의 프로세서 ‘이글(Eagle)’을 발표했다.
이글은 100개 이상의 연결된 가용 큐비트를 가진 IBM 양자 프로세서다. IBM은 큐비트를 단일 레이어상에 유지하며 프로세서 내의 물리적 레벨에 배치된 배선을 제어, 큐비트 수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양자컴퓨팅에서 큐비트의 수는 성능과 직결한다. 보다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한 실험이나 애플리케이션(앱) 실행이 가능해진다. 에너지 분야나 신약 개발 등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분자와 물질의 모델링 작업이나 머신러닝 최적화 등에 활용 가능하다.
IBM 수석 부사장이자 리서치 수장인 다리오 길(Dario Gil) 박사는 “오늘 공개한 이글 프로세서는 양자 컴퓨터가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일반 컴퓨터를 능가하는 시대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며 “양자 컴퓨팅은 거의 모든 분야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글은 아직 기존의 컴퓨터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IBM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는 ‘양자우위(Quantum Advantage)’를 달성하려면 1000개 이상의 큐비트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BM은 2022년 433 큐비트 규모의 ‘오스프리’, 2023년 1121 큐비트의 ‘콘도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1000개 이상의 큐비트를 가진 프로세서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양자컴퓨터 구현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 기술 발전으로 고전컴퓨터의 성능 역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가 연산하는 데 특화된 양자 알고리즘의 경우 양자컴퓨터로 분석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고전 알고리즘이라면 기존 컴퓨터로도 계산할 수 있다.
또 실제 상용화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초전도 큐비트를 유지하려면 영하(-) 273도, ‘절대온도’에 가까운 극저온 환경이 요구된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양자 컴퓨팅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상과학소설(SF)이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양자컴퓨터 구현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