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텔레콤이 오늘(1일) 두 기업으로 나뉘어 새출발을 한다. 기존 유무선 통신 기반의 존속회사 SK텔레콤과 반도체·커머스·모빌리티 등 신사업 투자에 주력하는 신설회사 SK스퀘어로 인적 분할을 하는 것이 골자다.
박정호 대표는 SK텔레콤 수장 자리를 유영상 MNO사업대표에 맡기고, 본인은 SK스퀘어를 직접 이끈다.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불리는 박정호 대표가 신설 투자회사의 대표로 가면서 제대로 물을 만났다는 평가다. 특히, 박 대표는 글로벌 기업 아마존의 주주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벌써 업계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1일 SK텔레콤은 지난달 12일 임시주주총회 의결에 따라 통신 분야 존속법인 SK텔레콤과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투자를 맡는 신설법인 SK스퀘어로 인적 분할된다.
SK스퀘어는 박 대표의 명백한 ‘탈(脫)통신’ 의지를 가지고 탄생한 회사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보안·커머스·모빌리티 등 다양한 ICT 분야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지만, ‘통신회사’라는 브랜드 하에 저평가돼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 대표는 임시주총 당시에도 “그간 SK텔레콤은 통신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온전히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지만, 이번 분할로 ‘SKT 2.0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회사 분할의 가장 큰 목적은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밝힌 바 있다.
SK스퀘어는 반도체·ICT 투자 전문회사로서 SK하이닉스, SK쉴더스(구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SK플래닛 등 16개 회사를 편제한다. 현재 26조원인 순자산 가치를 2025년 75조원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이번 기업 분할을 계기로 SK스퀘어는 박 대표의 지휘 아래 국내외 반도체 및 ICT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그간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서 M&A를 하기 위해서는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만 해 투자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가 직접 나설 경우 기존보다 반도체 사업 투자가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ICT 부문에서는 원스토어, SK쉴더스, 11번가 등의 기업공개(IPO)가 추진될 전망이다. 이 IPO의 성공 여부는 SK텔레콤의 기업가치와도 직결돼 있다. 첫 번째 상장사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원스토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을 하면서 수익 개선에 탄력이 붙고 있다. 최근 정부·국회의 토종 앱마켓 활성화 추진도 호재다. SK쉴더스 역시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기업 대상 활발한 M&A를 예고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SK스퀘어 투자 가능성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임시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마존이 SK스퀘어의 주주로 참여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며 “기대 이상으로 잘 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시 박 대표는 “기존 회사(SK텔레콤)도 그렇고 SK스퀘어도 그렇고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해외 IR(회사 홍보활동)을 다녀보니 주주들 첫 마디가 ‘Thank you(고맙다)’일 정도로 (투자자들이) 적극 지지해주고 있다”고 기대를 표했었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이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e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SK텔레콤 자회사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11번가는 최근 아마존 해외 직구 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스토어를 출시, e커머스 경쟁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스퀘어 출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스퀘어에는 SK그룹의 핵심 플랫폼 및 콘텐츠 자회사가 포진돼 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를 거치면서 자회사가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하면 지주 업종 내에서도 독보적인 프리미엄을 받을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분할 후 양사의 합산 시가총액 범위는 21조원~28조원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SK텔레콤의 본업가치와 장기적으로 정상화될 자회사들의 가치를 합산해 기업가치 30조원 부여가 가능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분할 전후 기업가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자회사들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합산 기업가치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