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한국산 콘텐츠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 흥행을 이룬 넷플릭스가 정작 한국에선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진다.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을 가져가는 수익 독식 구조부터 망 이용대가 미지급, 국내 세금 회피 의혹 등 넷플릭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조짐이다.
◆ 오징어게임 만든 한국, 정작 찬밥 신세
10일 나스닥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8일 종가 기준 2800억달러(약 335조원)로,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을 처음으로 선보인 지난달 17일 이후 3주만에 26조원이 불어났다.
실제, 외신들은 넷플릭스의 최근 주가 상승세가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전 세계 다운로드 수가 늘고 있으며,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국내 업계가 얻는 직접적 수익은 거의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대부분 넷플릭스가 사전 투자를 통해 제작비를 지급하고 이를 제작사가 생산하는 구조다.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흥행에 따른 추가 수익은 넷플릭스가 독식하게 된다.
총 9부작으로 구성된 오징어게임의 제작비는 약 200억원으로, 넷플릭스는 제작비의 110%를 선지급하는 대신 판권과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IP)을 모두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콘텐츠의 큰 흥행에도 국내 제작사에 돌아오는 추가 인센티브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넷플릭스와 제작사간 불공정 수익 배분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본래 콘텐츠를 만들면 투자자와 제작사가 인센티브를 나누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넷플릭스로 인해 이것이 깨지고 있다”며 “오징어게임만 해도 세계 각국에서 인기 1위 콘텐츠로 꼽히고 있지만, 국내 제작사는 사전 제작비만 받았으니 넷플릭스의 하청 업체에 그치는 계약 구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 트래픽 폭증에도 망 사용료 ‘나몰라라’
망 이용대가 문제도 여전하다. 특히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는 망 사용료를 받지 못해 오히려 한국산 콘텐츠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꼴이 됐다.
실제, 매년 넷플릭스가 국내 ISP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로 인한 트래픽이 2018년 5월 50Gbps에서 올해 9월 기준 1200Gbps로 3년만에 24배가 늘었다.
인터넷 망 구축의 경우 대규모 초기 투자와 망 유지 관리·확대 등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는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실제 넷플릭스가 국내 ISP에 지급해야 할 망 사용료는 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국내에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지불한 사례가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 통신사 컴캐스트에 지급하는 ‘착신망 이용대가’는 사실상 국내 통신사가 요구하는 망 사용료와 동일한 개념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넷플릭스는 이 외에 미국 버라이즌과 AT&T에도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한국에서 번 돈, 미국 본사에 수수료로
조세 회피 의혹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3204억원을 미국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77%를 본사에 이전한 것이다.
이로써 넷플릭스의 국내 영업이익률은 본사의 9분의1 수준인 2.1%로 낮춰지게 됐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도 본사 61.1%, 한국 81.1%로 20%가량 차이가 난다. ‘매출원가는 본사와 한국지사간 합의에 따라 책정한다’는 불명확한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을 고무줄처럼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넷플릭스의 작년 매출은 4154억원이지만, 이 기간 국내에 낸 법인세는 21억원에 그친다. 국세청은 이미 넷플릭스의 세금 회피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800억원을 추징한 상태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세금을 회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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