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이 전세계 넷플릭스를 제패했다. 한국 콘텐츠 우수성과 흥행 가능성이 전세계에서 입증된 만큼, 자본력과 글로벌 파급력을 갖춘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응해 국내 OTT도 합종연횡을 본격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오징어게임은 지난 1일 넷플릭스 서비스 83개국 전역에서 1위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넷플릭스 역대 최초 기록을 쓰고 있는 오징어게임은 테드 서랜도스 최고경영자(CEO)가 예고했듯,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점쳐졌다.
자막이나 더빙으로 감상해야 한다는 제약에도, 오징어게임은 한국 콘텐츠 위력을 톡톡히 보여주며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를 사로잡았다. 이에 오징어게임 출연진은 미국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특별 게스트로 오는 6일(현지시간) 출연할 예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오징어게임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 각지에서 오징어게임 ‘밈(인터넷 상 유행)’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등 옛 놀이문화가 외국인들의 새로운 놀이로 탈바꿈했다. 10월31일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초록색 운동복과 빨간색 옷과 가면 등 오징어게임 속 의상 또한 주목받고 있다.
오징어게임 인기에 힘입어 OTT 경쟁 심화 속 부진을 겪었던 넷플릭스도 다시 기지개를 켰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인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유료구독자수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넷플릭스는 1일(현지 시각) 전거래일 대비 0.46% 증가한 613.15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초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322조1253억원까지 치솟았다. 오징어게임 공개일인 지난 9월17일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약 13조원이나 늘었다.
더군다나, 오징어게임 총 제작비는 미국‧유럽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현저히 낮아 더 큰 수익을 넷플릭스에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9부작으로 제작된 오징어게임 총 제작비는 약 200억원이다. 미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 제작비는 회당 약 142억원이다. 넷플릭스가 흥행과 가성비를 모두 갖춘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OTT는 진땀을 뺄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에서는 총 제작비 150억원만 들어가도 ‘대작’으로 분류한다. 웨이브와 MBC 합작 ‘검은태양’에 150억원이 투입됐다. 웨이브는 연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하고, 티빙은 2025년까지 연평균 1조원을 콘텐츠에 쏟는 총 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는 올 한 해에만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넷플릭스 연간 콘텐츠 예산의 2.8%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중심 OTT 콘텐츠 제작환경이 굳혀지면,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OTT뿐 아니라 유료방송 플랫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재원은 한정된 만큼 국내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제작단가 상승은 오히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막는 요인이 돼, 넷플릭스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군다나, 다음달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디즈니 OTT ‘디즈니플러스’까지 한국에 상륙한다.
OTT 플랫폼이 인수합병(M&A)‧전략적 제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몸집이 커져야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력과 가입자 규모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뿐 아니라 토종 OTT 플랫폼까지 함께 커야 해외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하청기지화를 막으려면 한국발 글로벌 OTT로의 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OTT는 지상파3사‧SK텔레콤 웨이브, CJ ENM 티빙, KT 시즌, 쿠팡 쿠팡플레이, 왓챠 등으로 산재다. 합병 필요성은 꾸준히 나오지만, 각사간 이해관계는 계속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K-OTT를 외치며 웨이브와 티빙 등 국내 OTT 합병에 힘을 실었으나, 티빙은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최근 한국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좋은 결실을 맺은 건 긍정적이지만, 제작사는 제작비와 일부 수익만 보장받기 때문에 한류 확산에 따른 직접 경제효과는 제한적”이라며 “한국 제작사로부터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대부분 해외에서 판매하고 망 이용대가는 전혀 내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