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호황으로 지난 2분기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업계가 웃었다. 대만과 중국 업체가 눈에 띈다. 톱10 가운데 9곳이 중화권 기업이다. 국내 OSAT도 성장세지만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7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전 세계 OSAT 톱10 매출은 78억8000만달러(약 9조12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26.4% 올랐다.
OSAT 업계는 대만이 강세다. 파운드리 1위 TSMC와 3위 UMC 존재 덕분이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로부터 칩 주문을 받은 TSMC UMC 등이 전공정을 담당하고 후공정을 자국 협력사에 맡기는 구조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팹리스 – 파운드리 – OSAT 간 상생이 중요한 이유다.
대만에는 OSAT 1위 ASE(23.7%)를 비롯해 ▲4위 SPIL(11.8%) ▲5위 PTI(9.4%) ▲8위 KYEC(3.5%) ▲9위 ChipMOS(3.2%) ▲Chipbond(3.2%) 등이 포진돼 있다. 이들 업체의 총 점유율은 54.8%로 절반 이상이다. TSMC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0% 이상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경우 SMIC를 제외하면 대형 파운드리는 없지만 중견·중소 파운드리 및 팹리스 업체가 많다. 이 영향으로 ▲3위 JCET(14.0%) ▲6위 TFME(7.5%) ▲7위 Hua Tian(5.9%) 등이 급성장할 수 있었다. TFME와 Hua Tian은 각각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8.3%, 64.7% 증가하면서 성장률 1~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업체들도 분전했다. ▲하나마이크론 1541억원 ▲SFA반도체 1526억원 ▲엘비세미콘 1216억원 ▲네패스 942억원 ▲시그네틱스 627억원 ▲테스나 432억원 등이다. SFA반도체를 제외하면 작년 2분기보다 20~30% 증가한 수치다.
다만 중화권 업체와 격차는 크다. 국내 OSAT 톱10의 2분기 총 매출은 7000억원 내외로 중국 2위 TFME(약 6900억원)와 유사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이 성장세지만 규모의 경제 차이로 OSAT 업체로의 낙수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중심이었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메모리는 제조사가 직접 후공정을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에 국내 OSAT 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주 기회가 적었다. 최근에서야 시스템반도체 육성 기조로 OSAT 업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DB하이텍 등이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서는 팹리스, OSAT 등이 같이 가야 한다”면서 “단숨에 중화권 업체를 추격할 수는 없겠으나 파운드리와 OSAT가 상생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맞는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팹리스 톱10에도 국내 기업은 포함되지 못했다. 이 분야는 미국이 강세다. 퀄컴 엔비디아 AMD 자일링스 마벨 등이 포진돼 있다. 국내 1위 LX세미콘은 10위권 밖이다.